[사설]“사드 韓美논의 없다” 국방부 뻔한 발표 국민이 믿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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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 측이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사드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재연됐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해외에 미사일 부품 하나 팔 수 없는 록히드마틴의 책임자급 인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렇게 말했다면 사실에 가깝다고 봐야 상식이다. 그런데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어제 국회 국방위에서 “미국 정부 내에서 의사 결정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한테 요청해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작년 6월 “북한의 진화하는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본국에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작년 9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을 때는 물론이고 올 3월에도 청와대는 “사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은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라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작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내정간섭에 가까운 요청을 했을 때도 정부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는 한미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친 문제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부인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한반도 배치의 안보적 효용성과 비용 문제 등을 놓고 한미 양국 간에 이견이 있는지도 모른다. 한반도 배치가 국익에 합당한지, 한미동맹을 북의 도발 억제에 국한할 것인지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시킬 것인지 다각도의 검토도 필요하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전략적 판단과 한미 간의 조율에 따른 ‘모호함’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 국방 당국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논란과 방산 비리,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보듯 당국의 은폐, 거짓말, 말 바꾸기는 거의 고질병 수준이다. 이러니 국민은 사드에 대한 국방부의 발표를 못 믿고 뭔가 좋지 못한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국방에선 국민의 신뢰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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