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계파싸움 끝내야… 19대 국회와 정반대로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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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성적표]<5>20대 국회 이렇게 달라져야

41개월간 19대 국회의 의정활동을 지켜본 전문가 10명은 주저 없이 낙제점을 줬다. 10점 기준으로 성적을 매겨 달라고 주문했더니 평균 3.9점이 나왔다. 동아일보가 29일 ‘19대 국회 성적표’ 시리즈를 마치면서다.

최악의 불량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는 각종 지표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의원입법 가결률은 11.5%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고, 본회의 표결 참여 의원 비율도 64.8%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쳤다.

○ 낙제점 면치 못한 19대 국회

8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9대 국회는 위헌 국회”라고 단언했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46조 2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에 치우쳐 국가 이익을 외면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의 ‘비효율 저성과’는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과 무관치 않다. 법안 통과 규칙이 과반수에서 5분의 3(60%) 이상으로 바뀌면서 소수 야당의 ‘몽니’는 일상화됐다. ‘소수당 결재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이 중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요구도 반드시 들어줘야 해 ‘법안 끼워 넣기’는 19대 국회의 ‘나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7선 의원을 지낸 조순형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놓고 최악의 장면 연출

전문가들이 꼽은 19대 국회 최악의 장면은 바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여야는 그해 5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151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가적 대재난 앞에서 하나가 되지 못한 채 5개월을 정쟁으로 지새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19대 국회는) 평가할 만한 일이 없을 정도로 한 일이 없다”며 “여야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진영 논리에 갇힌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런 여야 ‘공동 책임론’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근본 원인을 두고는 여러 진단이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무기력한 초선 의원들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박 교수는 “한국 국회의 특징 중 하나는 초선 의원 비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19대 국회의 초선 의원들은 역대 국회와 비교해 쇄신 의지도 약하고, 패기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19대 국회의 초선 의원 비율은 49.7%로 18대 국회(45.8%)보다 높고 17대 국회(62.5%)보다는 낮다.

‘의원 자질론’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12년 공천 당시 전문성이나 의정 능력보다 여당은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무난한 인사들을, 야당은 전투력을 공천 기준으로 삼으면서 인재 충원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가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건강한 견제 관계가 깨진 점도 19대 국회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정당이 국가적 비전 없이 오로지 권력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된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비효율 저성과’ 국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재 전 수석은 “임기 4년 내내 놀아도 다시 당선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의원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20대 국회, 이것만은 달라져야

조순형 전 의원은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반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여야가 고질적인 계파 싸움을 끝내야 정책 중심의 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당권을 놓고 격한 내전을 치르면서 정책보다는 세 확장에 몰두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은 친박-비박(비박근혜)으로, 야당은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로 갈려 내년 총선 공천을 두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0대 국회가 달라지려면 의원 개개인의 문제보다 국회 차원에서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교수는 “국회의 정책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예산 전문 인력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팽창하는 행정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사법 권력을 국회가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20대 국회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올해 6,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은 국회가 여전히 행정부에 예속돼 있음을 확연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수평적 당청관계가 이뤄져야 여야 간 대화와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의 입각이나 청와대 근무도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의 리더십이 20대 국회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 능력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경쟁한다면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준 전 실장은 “국회의 권한 축소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해도 국회에서 뒤집어진다면 노조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 위원회나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넘기고 국회의 권한을 줄이지 않는다면 여야 간 극한 대립과 갈등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정수 기자
#19대국회성적표#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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