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0]진보 이정희의 이중잣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선관위 홈피 디도스공격 비판땐 “최구식 물러나라”
자신들의 여론조사 조작엔 “당락과 무관 사퇴안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서울 관악을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1일 “조사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보면 문자를 받은 사람이 200명 정도라 용퇴 아닌 재경선을 선택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를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논리다. 그는 전날엔 “선거 캠프 차원에서 계획한 게 아니다”라거나 “보좌관의 과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의 이런 처신은 지난해 10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최구식 의원 비서가 연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때 내놓은 자신의 발언과 비교하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많다. 이 대표는 디도스 사건이 비서 차원의 범행으로 정리돼 가고 있던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혼자 했을 리 없지. 재집권 위해 무엇도 서슴지 않고 돈 쏟아 붓는 사람들이었어. 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기대해선 안 돼”라는 글을 올렸고, 당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특검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결국 탈당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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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한 의원은 21일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아 문제가 없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됐으니 디도스 공격도 문제없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이 대표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런 식이면 디도스 사건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도 보좌관들이 알아서 한 거라는 해명을 안 믿을 수가 없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측이 비공개로 진행한 여론조사 상황을 시간대별로 파악한 경위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당원들을 통해 파악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여론조사는 M리서치가 실시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경선관리위원회에서 파견한 시민단체 인사 1명과 양당 참관인 2명이 조사 상황을 지켜봤고, 후보 측은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다. 양당은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지도 않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이런 합의가 있기 전 진보당이 참관인들에게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표본별로 파악해 당에 보내라는 교육을 했다고 들었다”며 “참관인들이 조사 상황을 흘렸다면 업무방해이자 범죄”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그런 교육을 한 적 없다”며 “무책임하고 불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 참관인에게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도록 해 상황을 알려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참관인들이 17, 18일 여론조사를 담당한 M리서치에 계속 머물렀던 건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2시간 간격으로 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방식이었다. M리서치 관계자도 “참관인들이 상주하지 않았다. 사무실과 외부를 오갔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진 김희철 민주당 의원 측도 이 대표 측과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21일 제기됐다. 자신을 관악구 주민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인터넷에 “‘40세 이상 끝났으니 19∼39세로 응답하라’는 문자를 민주당 소속 이행자 서울시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 측은 “이행자 의원이 17일 오후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당원들로부터 ‘40대 이상에 대한 여론조사는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18일 오전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그런 문자를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민주당은 진보당의 ‘21, 22일 관악을 재경선’ 제안을 거부하고 이 대표에게 패한 김 의원의 공천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원이 민주당 공천장을 받는다면 이곳의 야권연대는 파기되는 것이고, 이 대표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야권연대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4·11총선#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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