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성과 또 뻥튀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정부 작년 3월 UAE 원유 10억배럴 이상 확보 발표는 과장”

정부의 자원외교 성과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과 이라크 쿠르드 원유 탐사의 사업성이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했다는 지난해 3월 정부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식경제부는 “UAE 원유의 우선권 확보는 지난해 한국과 UAE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된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자원분야 전문가들은 “계약 내용이 실제 해외 자원개발 기업의 사업 관행과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UAE 원유 10억 배럴 확보’의 진실은


학계 및 석유 관련 업계는 12일 정부가 지난해 UAE와 맺은 MOU의 내용이 과장 홍보돼 자원외교의 성과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던 미개발 광구에 대한 한국의 지분참여 협상이 지연되자 협상내용 자체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당시 미래기획위원회와 지경부는 생산 중인 광구에서 최소 10억 배럴의 원유를 채굴하는 우선협상권을 확보했고 미개발 광구의 지분도 최대 100%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간 석유업계는 정부가 광구 개발에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을 마치 원유가 확보된 것처럼 발표하고 미개발 광구의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국제적인 사업 관행과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UAE 정부에 국내의 원유비축 시설을 무료로 임대해 주겠다는 것도 지나친 특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측은 “미개발 광구의 지분을 이미 40% 확보했으며 추가 지분 확보 협상도 올해 상반기에는 끝낼 것”이라며 “비축시설을 UAE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광구를 획득할 경우에만 해당하는 협상용 카드”라고 해명했다.

○끊이지 않는 자원외교 논란


현 정부 들어 자원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자원 확보를 중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 정권 실세들이 전면에 나선 영향이 적지 않다.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성과가 나타나는 자원외교가 정치적 쟁점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또 이번 UAE에서의 원유 확보 논란에서 보듯 자원개발 사업의 경험이 없는 정부 공무원들이 해외 메이저 자원기업의 사업관행을 고려하지 않은 채 MOU를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서 홍보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자원공학)는 “통상 중동 국가들은 정부가 광구 지분의 60%를 갖고 난 뒤 나머지 40%에 대해서만 해외 메이저 석유회사에 넘기는 구조로 사업을 해왔다. 중동 국가들은 100%의 광구 지분을 한 나라의 기업에 넘기는 것을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경부 측은 “UAE 정부가 특정 국가에 우선협상권을 주고, 광구 지분을 100%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MOU에 명시적으로 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사실과 다른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성원모 한양대 교수(자원공학)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라크 쿠르드 오일탐사의 사업성을 지적한 것은 성급했다”며 “자원개발의 결과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거래 관행에 익숙한 민간업계와 학계는 MOU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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