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만에 訪美 김계관, 시종일관 여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7일 11시 43분


26일(현지시간) 미국에 입국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최근의 남북한 간, 북미 간 대화 재개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 시종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베이징(北京)을 출발한 에어차이나(CA) 981편이 다소 지연돼 예정보다 40분가량 늦은 이날 오후 3시에 뉴욕 JFK 공항에 착륙했지만 김 부상은 피곤한 기색 없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띤 채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 부상은 특히 북미관계나 6자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낙관한다"며 분명한 어조로 답했고 "지금은 모든 나라가 화해해야 하는 때가 아니냐"며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항 입국장에는 한국 특파원들과 일본 특파원, 현지 언론 기자 등 수십명이 대기하다가 그가 나타나자 한꺼번에 몰려들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회담 전망이나 소감, 핵사찰 수용전망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 부었지만 김 부상은 불쾌한 기색 없이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차분하게 답했다.

다만 '보즈워스와 회담이 잘될 것으로 보느냐', '미국이 요구하는 핵사찰을 수용할 계획이냐' 등 다소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취재진이 김 부상을 둘러싸고 질문을 계속 퍼붓는 바람에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김 부상은 손을 내젓거나 화를 내지 않은 채 그저 웃으며 길이 트일 때까지 기다렸다.

김 부상을 마중나온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보다 못해 기자들을 가로막으며 길을 재촉했다.

공항 경비원들은 김 부상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듯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다가 취재진이 너무 몰리자 김 부상이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기자들의 노트북 가방을 끌어당기는 등 제지했다.

경비원들은 김 부상이 공항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는 기자들에게 김 부상을 가리키며 누군지 묻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공항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터미널을 옮겨 비행기를 갈아타는 등 외부로 전혀 노출이 되지 않아 뉴욕 입국 때에도 취재진을 따돌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일반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입국장을 걸어나와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북한 대표단에는 리근 외무성 미국국(局) 국장과 북한 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최선희 부국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항 입국 현장이나 호텔 등에서는 다른 일행의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다.
4년4개월 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유엔플라자 호텔에 투숙한 김 부상은 호텔 앞에서도 기자들에게 잠시 둘러싸였지만 "피곤해서 더 할 말도 없다"며 별다른 소감을 밝히지 않았다.

호텔 측은 취재진의 호텔 출입도 가로막았다.

북한 대표단은 오는 28일과 29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과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며 8월1일에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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