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선거’ 선서 하루밖에 안 됐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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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정치” “공천협박”… 與, 진흙탕 전대

한나라당 7·4 전당대회가 초반부터 친이(친이명박)계 핵심들의 특정 후보 지원설(說)에 휘말리며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 대표 후보 일부가 구주류인 친이계가 원희룡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을 결집하고 ‘계파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홍준표 후보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정 계파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강요하고, 권력기관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며 공작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계파’의 실체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지만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계 핵심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구주류 일부의 당권 장악을 위한 조직선거, 계파 전당대회로 몰고 가면 한나라당과 정부 전체가 불행해진다는 뜻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했으며 임 실장은 이에 ‘청와대를 팔고 다니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임 실장은 (홍 후보와의 통화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며 “전당대회는 당 행사로 청와대를 끌어들이고 하는 것은 안 된다. 계파 투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후보는 원 후보를 직접 지목했다. 남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가 원 후보의 출마와 더불어 계파 대결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개혁 아이콘으로 함께 활동해온 원 후보가 친이계의 도움을 얻어 대리인으로 출마한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남 후보를 지지하는 정두언 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선거 패배로 사퇴한 사무총장이 당 대표로 출마한 정당 사상 최초의 해괴한 일이 있다. 그런 그를 당내 실력자들이 적극 밀면서 한나라당을 제2의 안상수 체제로 몰고 가고 있다”며 원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집중 포화를 맞은 원 후보도 홍, 남 후보의 간담회 직후 여의도당사를 찾아 “근거 없이 배후에 공작이 있는 것처럼 흘려 편을 가르고 이득을 보려는 행태야말로 낡은 정치,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특히 그는 홍 후보를 거명하며 “방으로 줄줄이 불러 협력 약속을 받을 때까지 내보내지 않고 ‘의원 한 번 더 해야지’ ‘총선 안 할 거냐’라고 했다는 수많은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좌충우돌 홍두깨 같은, 예측이 불가능한 리더십을 세웠을 때 원하지 않은 큰 불상사가 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친이계 측은 홍 후보와 비주류 진영이 제기한 ‘조직선거 배후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이 특임장관 측은 “이 장관은 이번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직적으로 지지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말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계파를 떠나 ‘젊은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원 후보를 자연스럽게 밀게 된 것”이라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한편 친박(친박근혜)계도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대구·경북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한 친박계 의원은 “(김좌열 제1조정관 등) 특임장관실 인사들이 대구까지 내려와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특정 계파의 조직적 결집의 그림자를 느꼈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직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했던 분들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서로 공천 협박의 구태 정치를 했다고 싸운다”며 홍,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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