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청와대 수석으로 변신한 대학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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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중앙대 총장으로 있던 박범훈 씨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에 내정된 것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내정자는 대학총장 신분으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고, 2008년 2월 대통령 취임식 때는 취임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친분을 맺은 사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시비 거리는 대학총장 출신이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자리에 가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자리에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명색이 한 대학의 총장이라면, 그 대학이 국립대든 사립대든, 규모가 크든 작든, 지성을 대표하는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다음 자리에 가더라도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자신이 몸담았던 곳의 명예에 어울리는 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대학총장 출신이 수석비서관 자리에 임명된 적이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같은 잣대로 봐야 할 것입니다.

대학총장 출신이라면 적어도 장관이나 국무총리 정도는 가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급(級)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리의 성격이 어울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학교 교장을 지낸 사람이 퇴임 후 그 학교 수위로 봉직하는 것은 차라리 아름답다고 봐 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박 내정자는 비록 대학총장을 지내긴 했지만 국악 전문인 출신인지라, 복잡한 초중고 교육정책을 조언해야 하는 자리에 합당한지도 의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 내정자의 경륜을 감안해 "장관급 예우로 모시라"고 했다는 것도 합당한 처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실장만 장관급이고, 대통령실장의 지시를 받는 수석비서관들은 모두 차관급입니다. 다른 수석들과는 달리 유독 교육문화 수석만 장관급 예우를 한다면 위계질서 면에서나,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법치국가라면 예우는 자리에 따라 해야지,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서는 원칙이 무너집니다. 장관급 예우를 위해 규정을 바꾼다면 위인설관이 되고, 규정은 그대로 둔 채 장관급 예우를 한다면 편법이 됩니다. 이래저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는 늘 잡음이 따라 다니는가 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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