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전기도 南에선 안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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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경협사무소 재가동한 北… 추위에 떨다가 “유감” 표명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친 12일 오전. 개성공단 정중앙에 자리 잡은 4층짜리 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앞에 북한 당국자들이 나타났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지난해 5월부터 가동이 중지된 경협사무소를 재가동하기 위해서였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8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경협사무소 재가동’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지 나흘 만이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남측 당국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전력공사가 이 건물에 전기를 넣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사무소 재가동 방침에 따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전기와 수도 등은 지난해 5월 끊어진 상태 그대로”라고 전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사람만 안 보낸 것이 아니라 전기도 안 넣어준다는 것을 확인한 북한 당국자들은 잠시 추위에 손을 호호 불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남측의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을 파악한 북측 사무소장은 즉각 대남 통지문을 보내 유감을 표시하고 ‘조속한 정상 운영’을 요구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측 소장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전기 좀 넣어 달라’는 얘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공단에 필요한 모든 전기는 남측의 한전이 공급하기 때문에 경협사무소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전기도 남측이 제공하는 등 개성공단의 대남 에너지 의존도는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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