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세습 위해 黨규약 고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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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은 김일성의 당…당 건설에서 계승성 보장”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30년 만에 당 규약을 대폭 개정한 결과 당이 ‘김씨 일가’의 사당(私黨)으로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6일 입수한 개정 당 규약 서문은 이미 알려진 대로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이라고 선언한 것에 더해 김일성 주석이 군(46조)과 정권기관(52조), 근로단체(56조) 등 북한 내 모든 중요 조직의 설립자라고 새롭게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 규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기술하고 당의 기본원칙에 ‘당 건설에서 계승성 보장’을 추가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실현이 당의 기본적인 임무임을 명확히 했다.

이런 점에 비춰 규약 개정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의 혈통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해석했다.

당원과 당 조직의 의무를 규정한 4조 등에는 김씨 일가의 ‘유일사상체계’에 더해 ‘유일영도체계’의 수립이 새로 포함됐다. 유일 독재자의 사상뿐만 아니라 절대 복종 시스템을 수립하는 데 모든 당원과 조직을 동원한 것이다.

규약은 ‘계급적 원수들과 온갖 이색적인 사상요소들,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비롯한 부정적인 현상들을 반대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3대 세습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내부 동요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할 의무를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개정된 당 규약은 21세기 사회에서 북한 김씨 왕조가 가지는 전근대적 봉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규약 곳곳에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용이하게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도록(22조) 해 현재 김정일이 맡고 있는 총비서직을 김정은이 물려받으면 바로 군권을 장악할 수 있게 했다.

또 규약 27조는 ‘당 중앙군사위가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한다’고 규정해 김정은이 현재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통해 기능이 거의 유사한 국방위원회의 권한까지 거머쥘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군에 대한 당의 통제권을 강화해 김정은이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넓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가 세습 과정에서 있을지 모르는 군부의 반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 등 권력 공백 시기에 쉽고 빠르게 권력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새롭게 마련됐다.

새 규약은 당 대회를 5년마다 개최키로 한 조항을 없앴다. 3대 세습체제 확립 과정에서 필요하면 자주 열도록 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30조는 당 대회가 가진 당 최고기관 선거 및 당 규약 수정 권한을 당 대표자회에도 부여해 절차가 간소한 당 대표자회를 통해 3대 세습을 위한 권력 승계 등 중요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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