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DTI 완화… 그냥 내려놓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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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검토 우선”… 이틀 격론 끝 발표 연기

《정부가 21일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을 확정짓지 못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비롯한 주요 대책의 효과에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자극하지 않으면서 거래는 활성화하는 묘안’을 찾으려 했지만 대책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애초 정부는 4·23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국회와 부동산 전문가 집단에서 나왔다. 이때부터 DTI 규제 완화 카드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DTI는 가계대출 관리라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봐야지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던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조금씩 후퇴했다. 22일 발표하기로 했던 정부의 대책 초안에는 DTI 규제 완화책도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책 발표 하루 전까지 부처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정치권과 청와대 내부에서도 DTI 완화의 효과와 부작용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DTI 카드는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 확신하지 못하는 ‘DTI 완화 효과’

국토해양부는 DTI 상향 조정을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틔울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본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로는 문제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도 DTI 제도에 걸려 대출이 제한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인 사람이 서울 강남에 있는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LTV 50%를 적용하면 5억 원을 대출 받을 수 있지만 DTI 규제 때문에 약 2억 원밖에 빌릴 수 없다. 만약 DTI를 10%포인트 높여준다면 빌릴 수 있는 자금은 약 2억5000만 원으로 5000만 원가량 늘어난다.

이 때문에 DTI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주택 거래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0월 DTI 규제를 은행에서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뒤 수도권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9개월 동안 30조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집을 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집을 사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DTI 완화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자의 평균 DTI는 서울 23%, 경기 20%로 40∼60%인 현행 DTI 규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기꾼을 제외하면 일반인은 이미 DTI 상한선의 절반 수준으로 은행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DTI를 완화해도 실수요자는 별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오히려 DTI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 부실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정치이슈로 비화하는 부동산 대책

부동산 대책을 확정하지 못한 데는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23일 국토해양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정치권은 잠잠한 편이었다. 하지만 6·2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거래 실종’이 지목되면서 부동산 대책은 정치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DTI 규제 완화를 공론화했던 한나라당에선 시간이 갈수록 회의적인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거래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느냐는 비판론이 우세해진 것이다. 야당이 DTI 완화를 부자와 투기꾼을 위한 조치라고 비판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DTI 규제 완화는 서민 정책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투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강남이 지역구인 고흥길 정책위의장과 이종구 정책위 부의장이 부동산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돼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정부는 DTI 완화 같은 핵심 부동산 정책을 당장 결론짓지 않고 세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충분히 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주택소유자와 무주택자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인화성 큰 사안을 서둘러 결정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논의 결과가 모아졌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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