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새 패러다임 ‘세대교체’]<1>누가 앞장서나 -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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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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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젊은 보수론’ 부상… 개각-全大 ‘대표주자’ 등장할까

《세대교체가 정치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 40대 광역단체장이 대거 등장해 신선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젊고 활력 있는 정당’을 역설하고 당청 개편에서 40, 50대 인사들이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40대 광역단체장 당선으로 세대교체 바람을 촉발시킨 민주당에서도 소장파 의원들이 거세게 전당대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물결이 보수와 진보, 지역대립, 양당 중심 정치구도의 재편을 촉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젊고 새로운 콘텐츠 변화가 핵심”이라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정치권에서 용틀임하고 있는 이 같은 변화의 가능성과 전망을 진단해본다.》
당권에 누가 도전

정두언 남경필 권영세 채비… 초선그룹도 ‘얼굴 알리기’

靑-내각 수혈 대상은

임태희 원희룡 나경원 물망… 김태호 경남지사도 입각설

중진들의 시선은

차세대 육성 찬성하지만… “모든 세대 지지받아야” 견제


여권 내 세대교체 흐름의 첫 관문은 다음 달 14일 열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다. 40대와 50대 초반의 소장그룹이 주도한 세대교체 논의가 당원들의 심판대에 오른다. 전대를 전후해 단행될 청와대와 정부 개편에서도 젊은 바람이 어떻게 불지 주목된다. 여권 내부에선 이 같은 흐름이 차기 여권의 대선후보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 소장 그룹의 출마 러시

소장 그룹의 리더 격인 재선의 정두언 의원(53)이 15일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4선이지만 40대인 남경필 의원(45)도 20일 출사표를 낸다. 3선의 권영세 의원(51)도 소장 그룹으로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당이 변화하는 방향은 세대교체와 보수혁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대교체는 단순히 연령의 교체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사고를 하는 것이 세대교체요, 젊은층과도 소통이 되는 것이 세대교체”라며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가진 자율적인 지도체제로 바뀌어야 진정한 세대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20일 전대 출마선언을 통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남 의원은 “당도 좀 더 젊고 역동적이며 창의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는 세계사적인 흐름에 부응해 젊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내세워서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힐 계획이다. 그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을 지키지 않고, 봉사하지 않고, 병역 납세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보수는 더는 자격이 없다”며 보수가치 혁신을 역설했다.

권 의원은 최근 “세대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도 “20, 30대가 투표하지 않길 바라는 정당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 청와대와 내각에도 ‘젊은 바람’ 불까?

전당대회를 전후해 이뤄질 청와대와 정부 개편에서도 젊은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당청 개편 후보군으로 임태희 노동부 장관(54)과 원희룡(46) 나경원 의원(47)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경남도지사(48)도 시간이 촉박한 전대 출마보다는 입각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40대를 주축으로 한 참신한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임 장관은 지방선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의외의 결과(패배)를 얻은 것은 젊은 세대의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전대 출마를 검토했으나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장설에 대해 임 장관 측은 “그럴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장 경선 흥행을 이끈 나경원 의원은 경선 기간 중 “젊은층과 여성층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우리 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젊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호 지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변화는 돌려 막기 식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초선들의 선택은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쇄신 논의를 주도한 초선쇄신 모임 소속 의원들은 세대교체 논의의 필요성엔 적극 공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정태근 의원(46)은 “세대교체란 당의 낡은 서열식 정치문화를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대교체에 깔린 부정적 측면에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김성식 의원(52)은 “중요한 것은 새로운 리더십”이라며 “나이가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고, 고리타분한 당풍을 쇄신하는 사람이 전대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48)도 “생각과 행태가 젊은 스타일로 변하는 것이지 나이나 선수(選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초선 쇄신모임 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초선 대표선수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후보군을 김세연(38) 홍정욱(40) 황영철 의원(45)으로 압축해 대표주자를 내세운다는 복안이지만 내부 교통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원 명단을 공개해 주목을 받은 조전혁 의원(50)은 독자적으로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 세대교체 흐름은 인정하지만…

중진 및 외곽그룹 인사들은 세대교체 논의의 취지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박계 의원은 세대교체론이 ‘박근혜 대세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18일 사견임을 전제로 “세대교체는 젊은 지도자들이 육성되고 지도부에 참여하는 것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모든 국민으로부터 갈채와 박수를 받아야 한다. 특정 세대에게서만 박수 받는 지도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과 신뢰,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실천해온 박 전 대표는 세대 구분 없이 지지를 받고 있어서 (세대교체론이)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전대에 출마하는 4선의 안상수 의원(64)은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당을 추슬러야 할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4선의 홍준표 의원(56)도 “인위적인 세대교체론은 또 다른 세대갈등을 초래한다”며 “나는 세대별 역할을 통합하는 세대통합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49)은 측근을 통해 “인위적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59)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와 행보, 젊은이들과 코드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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