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이정’ 사교육 개혁 3인방의 1년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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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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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과외금지’거사 합작은 했지만…
“독불장군” 비판 쏟아지자 제갈길로

‘외고 폐지’ 2차 거사도 교과부 판정승으로 끝나
새해엔 ‘내신 문제’ 싸고 다시 한목소리 낼지 주목

올 한 해는 여느 해보다 사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상했던 교육 공약들이 하나둘씩 구체적인 정책으로 태어나면서 혼선이 이어졌다. 수월성을 지향하던 교육정책 총론이 ‘사교육’이라는 복병만 만나면 갈팡질팡하면서 각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교육정책이 요란스레 만들어지다 보니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사교육 개혁 3인방’이 등장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그들이다. 당정청에 각각 포진한 세 사람은 올 한 해 사교육 이슈의 중심에서 닮은 듯 다른 행로를 걸어왔다.

상반기를 강타한 이슈는 학원 심야교습 제한이었다. 4월 곽 위원장이 돌연 “오후 10시 이후의 학원교습을 금지하겠다”고 외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교육과 무관해 보이는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교육 관련 이슈를 들고 나온 것도 생뚱맞았지만 뒤이은 당정의 움직임은 더욱 기이했다. 이 구상이 이 차관과 곽 위원장의 합작품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뒤이어 정 의원이 입법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면서 3인방의 사전 모의설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른바 ‘곽이정 라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교육개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달 뒤 정 의원은 ‘사교육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어 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학원 규제를 주장했다. 당시 그는 “오늘 발표한 사교육 대책은 곽 위원장과 이 차관이 4월에 만든 원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문기구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국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이 대통령이 결정권을 교과부에 넘겨주면서 첫 번째 거사(擧事)는 무산됐다. 선봉에 섰던 곽 위원장만 상처를 입은 꼴이 됐다. 곽 위원장이 이 차관에 대한 서운함을 곳곳에서 토로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부처에 몸담은 이 차관이 안병만 장관의 그늘로 숨었다는 이유다.

하반기를 뒤흔든 두 번째 거사는 외국어고 폐지론이었다. 이번에는 정 의원이 앞장섰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외고 문제가 질타 대상에 오르자 곧바로 외고 폐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어진 상황은 학원 심야교습 제한을 다시 보는 듯했다. 당정청의 엇박자 속에 교과부가 주도한 ‘외고 전환 또는 축소’ 방안이 낙점된 것.

일련의 과정에서 정 의원은 교과부를 향한 독설의 수위를 높여갔다. 그는 외고 논란 와중에서 “장관이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청와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며 안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학원 심야교습 제한 논란 당시 안 장관을 향해 “개혁을 하기 싫다면 장관이 떠나는 게 맞다”고 하던 그였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발언이 안 장관뿐만 아니라 이 차관을 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이어야 할 이 차관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의 거사 모두 안 장관이 이끄는 교과부호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안 장관의 노련함이 상상 이상이다. 노회(老獪)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라고 평했다. 젊은 혈기로 덤빈 곽 위원장과 정 의원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분석이다. 이 차관의 행보에 대해서는 진중했다는 ‘호평’과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악평’이 엇갈렸다.

교육계는 3인방의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거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차기 소재는 내신 문제다. 이 차관은 내년도 업무계획을 짜면서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내신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했으나 안 장관의 반대에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곽이정 라인을 통해 언제라도 내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여지는 적지 않다. 특히 통상 정권 후반기로 넘어갈수록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에서 내년 역시 사교육으로 시끄러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교육계 인사는 “무리 없이 정권을 마무리 짓고 싶은 올드보이(안 장관)에 비해 차기 정권을 잡고 싶어 하는 영보이(곽이정 3인방)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 관심사인 사교육 대책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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