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처리율, 교과위-복지위-환노위 꼴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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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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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국회 상임위 성적
세 상임위 위원장 모두 야당 소속
안상수 “與서 모든 위원장 맡아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올 7월 같은 당 김부겸 의원에게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직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의사봉을 한 번도 두드리지 않았다. 교과위가 처리한 법률안이 그동안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18대 국회 개원 이래 교과위에는 총 359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겨우 32건만 처리됐다. 그나마도 모두 올 4월 말 이전에 처리한 것이다. 5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이 넘게 교과위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이용해 18대 국회 개원 이래 9일까지 13개 상임위에 제출된 법률안 중 처리(가결, 부결, 폐기, 철회)된 건수를 분석했다. 겸임이 가능한 국회운영·정보·여성위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법안 처리 실적이 가장 저조한 상임위는 교과위로 나타났다. 교과위는 법안 처리율이 8.9%에 그쳤다. 상임위에서 가결돼 실제 효력이 발생한 법안은 12건에 불과하다. 다음은 보건복지가족위(13.0%), 환경노동위(14.7%) 순이었다. 이들 세 상임위의 처리율은 전체 평균 31.6%에 훨씬 못 미친다.

처리 건수도 교과위가 가장 낮았다. 환노위(59건)는 뒤에서 세 번째였다. 교과위와 환노위는 내년도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않은 상태다. 이들 상임위 소관 예산안은 상임위 의결 없이 예산결산심의특위에서 심의하고 있다. 이들 세 상임위의 위원장은 모두 야당 소속이다. 이종걸 교과위원장과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변웅전 복지위원장은 자유선진당 소속이다.

반면 법안 처리율이 가장 높은 상임위는 농림수산식품위(60.1%)로 나타났다. 다음이 지식경제위(57.8%)다. 두 상임위의 위원장도 모두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정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이제는 미국처럼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이종걸, 추미애 위원장은 직무태만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1위 농림위 민주 이낙연 위원장

“자주 만나 끝장토론… 이견 저절로 없어져”

법안처리율 1위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이낙연 위원장(민주당·전남 함평-영광-장성·사진)은 10일 “법안에 당론을 적용하려 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상임위가 주관이 돼 끝까지 대화하고 토론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3선인 이 위원장은 단 한 번도 상임위 안건을 표결에 부친 적이 없다. 쟁점 법안이었던 농협구조 개편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도 2개월간의 논의를 통해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통과시켰다. 올 초 입법전쟁 중 여야가 각각 ‘중점 처리 법안’(한나라당)과 ‘MB악법’(민주당)에 포함시키려 했던 쟁점 법안이 잡음 없이 처리된 것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20년 묵은 난제였다.

그는 매끄러운 상임위 운영 비결에 대해 “양당 원내대표를 여러 차례 찾아다니면서 ‘상임위에 일임해달라’고 설득했다. 그것이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잦은 ‘식사대화’가 의안 처리에 가장 효율적”이라며 “여야 의원들이 장관, 농협 문제에 정통한 인사 등과 잇달아 밥을 먹으면서 ‘끝장 토론’을 벌이다 보면 저절로 이견이 좁혀지더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2위 지경위 민주 정장선 위원장

“경제 살리기 공감대… 고성 오갈 일 없어”

법안 처리율 2위를 차지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장선 위원장(민주당·경기 평택을·사진)은 “여야 의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3선인 그는 “지경위가 서민생활과 직결된 실물경제를 다루는 만큼 여야 의원 사이에 협조해서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깊다”고 말했다. 지경위는 국회에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지 않는 상임위로도 유명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여야 의원들이 기관장을 같이 만나고 법안에 관련된 전문가들을 초청해 함께 의견을 듣다 보니 어떤 점이 문제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 공통분모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임위들이 툭하면 파행을 겪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정 의원은 “당론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론이 결정되면 법안 심사가 아니라 정쟁이 되므로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하도록 해주고, 그래도 안 될 때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의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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