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이 밝힌 盧 전 대통령 장지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고인이 생전 가끔 얘기하던 자리
권여사, 부축받은채 함께 둘러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장될 묏자리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바로 옆으로 정해졌다. 묘역은 평토묘(平土墓)로 봉분 없이 조성될 예정이다. 풍수지리적으로는 앞산에 옥녀(玉女)봉이 있어 ‘국모를 볼 수 있는 자리’라고 한다.
진영읍 동산마을 출신의 지관 구영옥 옹(78)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부탁으로 26일 오전 5시 반경부터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와 1시간가량 권양숙 여사 등 유족들과 함께 묏자리를 정했다.
구 옹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민이 쉽게 참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편안하게 안장될 수 있는 자리를 봐줬다”며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방문객들이 봉하마을을 찾아 사저와 생가, 묘 등을 보며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도록 이 장소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면에서 바라볼 때) 사저 왼쪽에 위치한 이 자리에서 보이는 앞산은 미인의 눈썹 모양을 하고 있으며 국모를 볼 수 있는 자리”라며 “이 자리는 목금화토수의 오행 중 순한 수(水)에 해당하며 이 지역에서 흔한 자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선영에 대해선 “‘일자문성(一字文星)’에 해당하며 양쪽에 산이 있고 가운데가 평탄해 후손들이 파동을 겪는 자리”라고 풀이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선거에 네 번 떨어지고 대통령까지 올랐다가 생을 마감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구 옹은 “노 전 대통령의 선영 자리를 봐준 고 김채수 지관이 스승이었기 때문에 노건평 씨가 제자인 나를 찾아 4번이나 부탁한 끝에 3년 전 무렵 묏자리를 봐줬다”며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사저 인근으로, 노건평 씨는 선영 인근을 묏자리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 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권 여사의 건강이 좋지 않아 방문을 미뤄오다 권 여사가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자 이날 사저를 찾았다. 구 옹은 “권 여사가 수척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가족들이 양측에서 부축한 상태에서 직접 사저 옆에 있는 묏자리를 살펴봤다”며 “대통령께서 생전에 농담처럼 ‘내가 죽으면 아버지 옆이 아닌 사저 옆에 묻어 달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부엉이바위 아래 밭을 묏자리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족들이 잠시만 쳐다보더라도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사저 옆은) 묘역을 옆에서 쳐다볼 수 있으니까 여사에게도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화장한 뒤 봉하마을로 내려오면 절에 봉헌한 뒤 사저 옆에 안장될 것”이라며 “주변 조경은 권 여사가 조경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밝혀 차후에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해=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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