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작년 방미때 이재오 만났다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미국에 체류 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왼쪽)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이달 말 귀국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축하 외빈 초청 만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에 체류 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왼쪽)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이달 말 귀국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축하 외빈 초청 만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G20 일정 마친뒤 워싱턴 숙소서 80분간 독대

MB, 주변 반대에도 강행

‘끈끈한 동지애’ 새삼 확인

이재오 이달말 귀국 예정

“현실정치와 거리 두겠다”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3시 반 이명박 대통령은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한 것을 끝으로 워싱턴에서 열린 2박 3일간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다음 행선지인 브라질 상파울루로 떠나기까지 4시간여 동안 이 대통령은 워싱턴 내 숙소인 윌러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오후 6시경 일반 수행원과 취재 기자들이 호텔을 떠나 공항으로 향하고 윌러드 호텔에 남아 있던 주요 수행원들도 각자 출발 준비에 분주할 때였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한 참모의 안내를 받으며 ‘은밀하게’ 이 대통령의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1시간 20여 분 얘기를 나눴다고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11일 전했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회동 사실을 확인한 이 인사는 “당시 개각설이 나돌고 있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인사 문제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입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 오후 8시 40분 레이건 공항에서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일부 언론은 워싱턴 방문 첫날인 14일 저녁 두 사람이 회동했다고 보도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의 회동설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인사는 “당시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이 전 최고위원과의 만남을 강행했다”면서 “끈끈한 의리와 동지애에 놀랐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하루 앞둔 2007년 8월 18일 밤. 당시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 사무실에 틀어박혀 식사도 거른 채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밤새워 했다고 한다.

2007년 12월 18일 서울 청계천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친 이 대통령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방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이 전 최고위원은 전화를 받고는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험난했던 대선 레이스를 회고하며 3시간가량 술잔을 기울였다.

이 대통령에게 이 전 최고위원은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친박계(친박근혜계)와의 갈등, 친이계(친이명박계) 내부 갈등의 정점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신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8월 말 경선에서 승리한 뒤 경선 캠프를 해단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 퇴진 요구가 제기되자 “이 최고위원이 나의 표를 깎아 먹는다는 얘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인근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10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비엔나에 위치한 한국 음식점에서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나 이달 말 귀국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둔 채 국내 정치에 초연해 있으려 한다”면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나 입각할 생각도 없다. 귀국하면 ‘동북아 평화번영 공동체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책 출간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이계의 좌장이라는 정치적 위상과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볼 때 그의 복귀는 여권 권력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동아닷컴 주요기사

- 링컨 ‘회중시계 비밀’ 소문이 사실로

- “어제 어머니는 TV로 김현희를 보다 우셨습니다”

- 사전계약만 2500대… 신형 에쿠스 돌풍

- 이제 분수에 맞게 생활…美여성 “신상녀 관둘래”

- 솔직 지애 “현금상자가 최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