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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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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주변 반대에도 강행
‘끈끈한 동지애’ 새삼 확인
이재오 이달말 귀국 예정
“현실정치와 거리 두겠다”
지난해 11월 16일 오후 3시 반 이명박 대통령은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한 것을 끝으로 워싱턴에서 열린 2박 3일간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다음 행선지인 브라질 상파울루로 떠나기까지 4시간여 동안 이 대통령은 워싱턴 내 숙소인 윌러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오후 6시경 일반 수행원과 취재 기자들이 호텔을 떠나 공항으로 향하고 윌러드 호텔에 남아 있던 주요 수행원들도 각자 출발 준비에 분주할 때였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한 참모의 안내를 받으며 ‘은밀하게’ 이 대통령의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1시간 20여 분 얘기를 나눴다고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11일 전했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회동 사실을 확인한 이 인사는 “당시 개각설이 나돌고 있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인사 문제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입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 오후 8시 40분 레이건 공항에서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일부 언론은 워싱턴 방문 첫날인 14일 저녁 두 사람이 회동했다고 보도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고, 대부분의 언론은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의 회동설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핵심 인사는 “당시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이 전 최고위원과의 만남을 강행했다”면서 “끈끈한 의리와 동지애에 놀랐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하루 앞둔 2007년 8월 18일 밤. 당시 이 대통령과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 사무실에 틀어박혀 식사도 거른 채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밤새워 했다고 한다.
2007년 12월 18일 서울 청계천에서 마지막 유세를 마친 이 대통령은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방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이 전 최고위원은 전화를 받고는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험난했던 대선 레이스를 회고하며 3시간가량 술잔을 기울였다.
이 대통령에게 이 전 최고위원은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친박계(친박근혜계)와의 갈등, 친이계(친이명박계) 내부 갈등의 정점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신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8월 말 경선에서 승리한 뒤 경선 캠프를 해단하면서 이 전 최고위원 퇴진 요구가 제기되자 “이 최고위원이 나의 표를 깎아 먹는다는 얘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인근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10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비엔나에 위치한 한국 음식점에서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나 이달 말 귀국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둔 채 국내 정치에 초연해 있으려 한다”면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나 입각할 생각도 없다. 귀국하면 ‘동북아 평화번영 공동체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책 출간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이계의 좌장이라는 정치적 위상과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볼 때 그의 복귀는 여권 권력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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