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살려 했는데 지난 정부서 의혹제기 안타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11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김현희 씨,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 씨, 다구치 씨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오른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대한항공기 사건은 북한의 테러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사건 조작설을 부인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11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김현희 씨,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 씨, 다구치 씨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오른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대한항공기 사건은 북한의 테러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사건 조작설을 부인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 金씨 일문일답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과 김현희 씨는 11일 상봉한 뒤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폭파 사건은 북한의 테러다.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조작설’을 부인했다. 다구치 씨의 오빠인 이즈카 시게오 씨와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 씨는 “이번 면담이 가능하도록 해준 한국 정부와 한국민, 그리고 일본 정부에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질문은 모두 김 씨에게 집중됐다.

―왜 지금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씨 가족과 만나려 했나.

“일본 방송에서 처음으로 다구치 씨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2년 만에 공개 석상에 나온 이유는….

“1997년에 결혼한 뒤 사회와 거리를 둔 채 폭파 항공기 탑승객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면서 조용히 살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그런(폭파 사건의 의혹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구치 씨가 1977∼78년 한국 해안서 납치된 고등학생과 결혼했다는 정보가 있는데….

“내가 1987년에 마카오서 돌아와 그해 1∼10월 북한 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들은 것은 다구치 씨를 어디에서 데려갔는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간 것으로 생각했고, 1986년에 결혼을 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코다 메구미 씨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요코다 메구미 씨는 나의 공작원 동지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다. 숙희와 찍은 사진도 보고 얘기도 많이 들었다. 1987년 해외실습 뒤 돌아왔을 때 남조선 사람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얘길 들었다. 숙희랑 같이 있을 때 한번 정신적으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심각하지 않다고 들었다. 요코다 씨가 사망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아직 대한항공 사건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부분이 있다. 유족 면담 요청에 응할 용의는 있는가.

“1997년 12월에 인세를 유가족에게 드리면서 면담한 적이 있다. 많이 울었고 유가족들이 잘 살라고 위로해 주셨다. 일부 유가족이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항공기 폭파는 북한의 테러다.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

부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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