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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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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공천심사에 관여” 자부심
낙마위기 넘기며 입지 더 굳혀
강만수(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의 당당한 언행이 정계와 관가에서 화제다.
환율정책 혼선 등으로 여권에서까지 경질론은 물론 경제부총리 부활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강 장관의 이 같은 ‘마이 웨이’식 대응의 배경으로 3가지를 꼽는다.
우선 강 장관의 정치적 지분을 들 수 있다. 강 장관은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재선 이상 의원이 강 장관의 손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해당 의원들이 실제로 강 장관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강 장관 자신은 한나라당에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관료 출신 의원들을 휘어잡는 행정고시 선배(8회)로서의 자신감을 들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14명(위원장 제외) 중 강 장관의 행정고시 후배는 강길부(10회) 배영식(13회) 김광림(14회) 이종구(17회) 최경환(22회) 의원 등 5명이다.
이 중 강 의원을 뺀 나머지는 모두 옛 재정경제원에서 강 장관과 함께 일을 했다. 최 의원처럼 수석정책조정위원장으로서 강 장관과 경제정책을 놓고 담판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옛 상사를 일반 관료처럼 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강 장관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마치 옛 재경원 모임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몇 번의 낙마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도 강 장관의 입지를 더욱 굳히는 요인이다. 조각(組閣) 과정에서 강 장관은 감사원장으로 간다는 설이 있었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환율 문제로 교체 압력이 있었지만 7월 개각 때 최중경 제1차관이 경질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 없으면 쉽지 않을 일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강 장관은 26년 전부터 이 대통령과 교분을 쌓아 왔다”며 “강 장관에 대한 인사는 당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