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중 60분 이상을 경제문제 집중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 국민과의 대화 스케치

농촌 문제 나오자 “일어서서 답할게요”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밤 전국에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진정성과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 “추석 경기 안 좋아 가슴 아프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추석 연휴가 매우 짧고 경기도 안 좋아 고향에 못 가는 분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추석 경기가 좋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하소연이 많다”면서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 명절이면 더 부담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저 역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제 살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형편이 언제 나아질지 모르겠다는 한숨 소리를 듣는다”며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우리 희망을 잃지 말자”고 당부했다.

○ 농촌 문제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

이 대통령은 행사 시작 35분 전인 이날 오후 9시 25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 도착한 뒤 행사장인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마이크 장치와 분장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감색 양복 차림에 흰색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빨간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행사 시작 후 40여 분이 지날 즈음 농촌 대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농촌이라니까, 여기 좀 서서 할게요”라며 일어난 후 끝날 때까지 줄곧 서서 답변했다. 그는 작심한 듯 “근본적으로 농촌을 한번 바꿔보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마치 강의를 하듯 목소리와 제스처가 커지고 좌우를 둘러보며 자주 웃음을 짓는 등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스튜디오에는 약 100명의 ‘국민 패널’이 자리를 메웠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100분 중 60분 이상이 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그는 배추 값, 대학 진학률, 이자율, 공기업 지원 예산 등 각 분야에 걸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는 등 준비를 많이 한 듯했다.

이 대통령은 또 비정규직 근로자,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 등을 지낸 과거 경험과 대학생 때 데모를 했던 일 등을 언급하면서 “나도 그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거나 “사실은 이러이러한 측면도 있다”는 식으로 답하기도 했다.

○ “쓴소리 하는 사람 많아”

이 대통령은 ‘국민의 쓴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집에 가면 집사람이 쓴소리하고, 장관과 수석비서관들도 불쑥불쑥 쓴소리를 한다”며 “단소리가 도움이 안 되고, 쓴소리는 듣기는 싫어도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이 손으로 평생 일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며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뽑아주신 뜻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최선을 다해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화’를 앞두고 청와대는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챙기는 등 전력을 다했다.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자신감 있게 내보임으로써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열고 예상 답변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집무실에 남아 세세한 표현까지 직접 고치고 다듬기를 반복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