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대세’ 확인… 친박은 ‘결집력’ 과시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박희태, 黨心우세로 여론조사 표차 만회

친이 이탈표 상당수… 정몽준 측 “선방”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한 한나라당 7·3 전당대회 결과는 2006년 전당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당심(黨心)’이 민심(民心)을 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희태 후보는 총 29.7%의 득표율로 6129표를 얻어 25.6%(5287표)를 얻은 정몽준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박 후보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46.8%·2896표)에 비해 16.7% 포인트 뒤진 30.1%(1865표)를 얻는 데 그쳤지만, 조직의 힘이 크게 작동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29.5%(4264표)의 득표율로 정 후보(16.6%·2391표)를 크게 따돌렸다.

박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얻은 표는 정 후보가 얻은 표에 비해 2000표가량 많고, 친박(친박근혜) 대표주자였던 허태열 후보의 득표(2729표)보다도 1500표가량 많았다.

이번 전당대회는 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친이(친이명박)-친박 계파 간 세 대결 구도로 흘러갔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박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 판세가 짜여졌다. 하지만 같은 친이계 후보이자 친이재오계 인사인 공성진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박 후보보다 2000표가량 적은 2306표를 얻는 데 그쳐 친이 진영에서도 후보별로 상당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친박 성향의 허 후보와 김성조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각각 2729표와 2245표로 비슷한 득표를 보여 친박 진영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더 공고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준 후보 측은 대의원 투표에서 16.6%의 득표율로 3위를 한 데 대해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친이-친박의 막강한 세 대결 속에 조직 기반 없이 공성진 후보나 김성조 후보를 앞질렀다는 것.

이는 대의원 투표 결과를 70% 반영하고 일반 여론조사는 30%만 반영하는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민심’은 비록 정 후보가 주창한 ‘당의 변화’를 선택했지만, 경선 규정상 비중이 큰 ‘당심’이 박 후보의 ‘당의 화합’을 선택함으로써 결국 당내 조직을 등에 업은 박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강재섭-이재오 대결이 펼쳐졌던 2006년 전당대회 때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후보가 1위를 하고도 대의원 투표에서 1위를 한 강재섭 후보에게 종합득표에서 고배를 마셨던 사례가 되풀이된 셈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민주 “쓴소리하는 여당 돼야” 청와대 “화합 - 안정 기대”

박근혜 “국민 편안하게 해달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체제가 출범한 데 대해 청와대는 당-청 관계의 개선을 기대한 반면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박 대표는 경륜을 충분히 갖춘 만큼 당을 화합의 방향으로 원만하게 잘 이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표가 당-정-청의 원활한 소통 등 관계 증진은 물론 정치권의 화합과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박 대표가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없지 않다”며 “박 대표는 무엇보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킬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대변인은 또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여당 대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나라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은 “박 대표가 말한 ‘경제 살리기’에 앞서 ‘정치 살리기’가 더 절박하다”며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수의 논리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 협상을 통해 진정한 의회민주주의 건설에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풍부한 정치 경험을 가진 분이라 경색된 정국을 잘 풀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박 대표가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하면 여당이 청와대의 2중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정권을 교체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새 지도부가 협력해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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