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83%, 안전 자산 묶여… 투자 자산과 적절한 배분을

  • 동아일보

[영올드&] 노후를 위한 ‘투자’ 어떻게
고수들, 펀드 등 실적배당형에 75%
1년 평균 수익률 39%-3년은 16%… 전체 가입자보다 각각 9.2배-3.5배
연기금 등 대형 기관 자산배분 참고… 퇴직연금 등 투자 전략 재점검을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은 요즘 마음이 불안하다. 올해 말 승진해 본부장이 되지 못하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거나 희망퇴직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고민이 더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증시 강세장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퇴직연금을 모두 주식에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 퇴직연금 고수 1년 수익률, 평균의 9.2배

이런 불안은 김 부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다수 직장인은 퇴직연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7000억 원 가운데 82.6%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60.6%의 가입자가 연 2∼4%의 수익률만 거둘 수 있었다.

수익률 상위에 위치한 퇴직연금 투자자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금감원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고수’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8%, 최근 3년 연평균 수익률은 16.1%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3개 권역(은행, 증권, 보험)을 각각 5개 연령대(30대 미만∼60대 이상)로 쪼갠 뒤, 영역별로 수익률 상위인 투자 고수를 100명씩 뽑아 총 1500명의 운용 방식을 분석했다.

퇴직연금 고수들의 수익률은 전체 가입자 1년 평균 수익률(4.2%)과 3년 연평균 수익률(4.6%)을 각각 9.2배, 3.5배 웃돌았다. 이들의 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분명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펀드와 채권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75%를 넘겼다. 또 언제든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현금성 자산도 평균 8.6%씩 보유하고 있었다. 펀드 유형별로는 주식형이 70.1%로 가장 높았고, 투자 지역별로는 국내 펀드 비중이 61.6%였다. 해외 펀드 31.8%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 성과 90%를 좌우하는 전략은 ‘자산 배분’

물론 무작정 위험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은 예측이 어렵고, 경기는 분명한 사이클을 가진다. 특히 퇴직연금처럼 노후를 위한 자금이라면 변동성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의 아버지’로 불리는 투자 대가 게리 브린슨은 대형 연기금의 10년 성과를 분석한 결과, 포트폴리오 성과의 91.5%가 자산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종목 선택은 4.2%, 매매 타이밍은 1.7%밖에 기여하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 배분은 주식, 채권, 대체자산, 현금 등 자산 성격에 따라 비중을 나누는 전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산 배분 전략을 어떻게 세우면 좋을까.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을 참고하면 좋다. 예일대 기금을 운용했던 데이비드 스웬슨은 전통 자산 외 사모펀드, 부동산 등 비전통적 자산을 적극 활용해 34년간 연평균 13.7%의 수익률을 냈다. 레이 달리오가 설계한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주식과 채권, 금 등을 조합해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구조로 연 7∼9% 수준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이 밖에도 노벨재단이나 규모가 큰 해외 국부펀드(노르웨이, 일본 등)의 자산 배분 전략도 참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을 참고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2026년 기금운용 계획을 살펴보면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7.2%, 국내 채권 24.9%, 해외 채권 8.0%, 대체투자 15.0%의 비중으로 주식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개인투자자와 수조 원을 운용하는 연기금의 자산 배분이 같을 수는 없지만 장기 시계열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 실질금리 제로 시대, 지금이라도 실행해야

문제는 개인 투자자에게 ‘안정적’이라는 의미가 종종 ‘안전자산’으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가 3% 내외이고 물가상승률이 2%대임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동안 그렇게 해와서 금리 상품만 고집하는 것이 반드시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연기금의 자산 배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무리라면, 일단은 투자 자산에 일정 부분 발을 담가보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투자 대가들은 포트폴리오 성과가 ‘자산 배분’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행력이다. ‘생각은 했었는데’ ‘그때 투자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쌓이면 노후자산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조급한 마음에 이성적이지 않은 선택을 내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해보고 경험이 쌓일수록 이해도는 높아지고 판단은 차분해진다.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라도 잠들어 있는 퇴직연금과 노후자산을 꺼내 점검해 보자.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꼼꼼한 준비가 노후의 불안을 줄여준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신한금융그룹의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 그룹으로 투자전략(18명), 주식·섹터(21명), 투자상품(12명), 포트폴리오(15명), 외환(3명), 부동산(10명), 세무(14명), 상속·증여(4명), IB(3명) 등 총 100명의 전문위원과 수석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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