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개입 폭’ 막판 줄다리기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8일 밤(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미 무역대표부 청사에서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4차 장관급 회담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 오전 5차 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8일 밤(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미 무역대표부 청사에서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4차 장관급 회담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 오전 5차 회담을 가졌다. 워싱턴=연합뉴스
■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이모저모

19일(현지 시간) 오전 8시 40분경 미국 워싱턴 무역대표부(USTR).

입을 굳게 다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착했다. 전날 오후 10시경에 4차 통상장관 협상을 마친 지 10시간여 만에 다시 수전 슈워브 USTR 대표와 담판을 짓기 위해 온 것이다.

실무진 간에는 거의 24시간 협상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3시까지 협상을 벌인 데 이어 오전 7시부터 다시 조율을 시작했다.

이번 주 미국 내 최대의 통상 관련 뉴스는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 전략대화지만 주무 장관인 슈워브 대표는 전략대화 참석을 포기한 채 한미 쇠고기 회담에 매달렸다.

이처럼 강도 높은 공식·비공식 회담을 통해 양측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당분간) 보내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원칙론을 확인하고 이행 방안의 이견을 좁혀왔다.

사실 원칙에 관한 한 양측은 이미 회담 전부터 최고지도자 차원에서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

그러나 큰 그림을 이행할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만드는 각론에 들어가자 난제가 수없이 등장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미국 정부 차원의 개입’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출금지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자율규제를 어긴 수출업자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았다.

한국 대표단은 처음부터 ‘안 되면 그냥 돌아가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나섰다. 미국 측으로서도 협상이 결렬돼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기약 없이 미뤄질 경우 수입 중단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국적 특수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한국 협상팀에는 힘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고시를 보류하고 수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협상팀이 ‘봐라, 우린 물러설 곳이 없다’며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특히 핵심 쟁점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자율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개입 문제에 이 대통령이 “한국 정부는 그것으로 믿을 수 없고(‘자율규제 약속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는 의미)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미국 정부 내에는 ‘민간 자율규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국제기구가 부여한 기준을 스스로 포기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하루빨리 한국행 쇠고기를 선적하길 바라는 업계의 처지를 고려해야 했다. 또 ‘쇠고기 문제가 간신히 회복 단계에 접어든 한미동맹을 손상시키는 단계로 악화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해 미국 측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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