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BBK 민형사소송 일괄 취소”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당 안팎 “원칙 저버리나” 비판

의원들 “깨끗한 선거위해 네거티브 뿌리 뽑아야”

검찰 “허위사실 공표는 취하와 관계없이 수사”

한나라당은 BBK사건 등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통합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민형사 소송을 일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혐의 등 모든 사건에 대해 정치적 면죄부를 준 것이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성난 민심과 야당의 국회 등원 거부 등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어보기 위한 고충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정치권 화합 및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한 결심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음해와 네거티브를 뿌리 뽑지 않으면 한국의 정치발전은 요원하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던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두언, 전여옥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에서 강 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직접 항의했고, 차명진 의원과 일부 의원은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차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복수를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니다. 선거 풍토를 깨끗이 하자는 차원에서 한 것인데 당사자의 사과 한 번 없이 이렇게 취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늦게나마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해 다행”이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의 사과가 선행돼야 쌍방 소 취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됐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된 김종률 의원은 “한나라당이 BBK 문제를 계속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면 차라리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말라”며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검찰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방침에 “수사와는 관계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모든 대선 관련 사건은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부분이 중복돼 있어 고소 취소 등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하지 못하는 명예훼손 혐의 부분은 공소권이 없어 기소할 수 없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은 계속 수사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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