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수입보류 근거없어… 실망했다”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훈구 기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훈구 기자
柳외교와 50분 면담 찬바람 쌩쌩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오후 3시 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외교부 장관실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났다.

면담은 유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아침 일찍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유 장관이 버시바우 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는 정부 방침을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면담에서 “미국 업계가 자발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자제해달라”며 “통상 마찰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쇠고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심각한 국내 상황도 상세히 설명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본국 정부에 한국 정부의 요청을 적절하게 전달하겠다. 나중에 미국 정부의 입장을 한국 측에 전하겠다”고 답했다.

오후 4시 20분까지 50분간 진행된 면담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한다. 버시바우 대사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면담 시작 전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면담 후 버시바우 대사는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10여분 동안 미국 정부의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먼저 “지금까지 항상 말해 왔듯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담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 관보 게재 연기에 대해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수입을 보류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과학과 사실에 대해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유 장관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좀 놀랐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작년에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도 안전하다고 했기 때문이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의 5개 주요 쇠고기 수출업체가 ‘30개월 이상’과 ‘30개월 미만’으로 나눠 표시를 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 수입업자들과 소비자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구분할 수 있고, 살지 말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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