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公私구분 없는 헌법기관 헌소제기 못한다”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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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이 선관위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은 적법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갖췄다고 해도 그 주장에 이유가 없어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헌재는 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자신의 최근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피청구인인 선관위에 관련 답변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선관위는 6일 A4용지 18장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선관위가 연거푸 노 대통령에 대해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지만, 헌법소원의 피청구인 자격으로 노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선관위는 국회 정치관계 특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이 답변서를 특위에 제출하라고 요청함에 따라 11일 특위 위원들에게 답변서를 냈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행정부 수반이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이라며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은 사적,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에게 공사(公私)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형사상 특권을 주는 이유도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대통령 직무수행의 포괄성 때문이므로 자연인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기본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선관위는 “대통령이 자연인의 신분으로 헌법소원의 자격이 된다고 해도 청구인(노 대통령)의 행위는 개인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공개가 예상되는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는 “(선관위가) 대통령을 향해 제출한 의견은 권력 분립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위한 권한 행사이지, 대통령이나 대통령인 자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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