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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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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당 해체를 통해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집권 여당이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난관이 예상된다.
○ ‘노무현색’ 빠지면 통합신당 잘될까
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 의원들은 노 대통령 탈당이 당의 ‘노무현색’을 빼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탈색’ 노력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지 않는 한 연말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게 통합신당파의 공통된 상황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해서 상황이 통합신당파의 기대처럼 순조롭게 전개된다는 보장은 없다. 통합신당파들이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탈색’에 치중해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서면 ‘의리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기존의 탈당파들과 명분에서 다를 게 없어진다. 열린우리당은 탈당파들을 ‘혼자만 살려고 무책임하게 탈당했다’고 비판해 왔다.
반대로, 대통령이 탈당한 후에도 여전히 대통령의 권위에 의지하려 하면 ‘위장이혼’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으로서의 위상만 애매해지고, 통합신당 추진은 지지부진한 최악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정치권에서는 나온다.
○ 국정 운영에는 문제없을까
노 대통령으로서도 탈당은 결코 달가운 선택은 아니다. 당내 친노(親盧) 성향 의원들의 힘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친노파 의원들과 통합신당파 의원들의 갈등이 재연되고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탈당은 국정 전반에 미칠 영향도 크다. 정부는 여당과의 당정협의 대신 모든 정당과 정책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정치권 정책협의 채널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청와대가 앞으로 법안이나 국정 운영에 관해 한나라당에 협조 요청을 더 많이 해오겠지만 제대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나라당에 책임을 다 미루고 자신들은 빠져나가는 식의 수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기 탈당’은 왜
노 대통령의 탈당은 12월 대통령선거를 10개월 정도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7개월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 1개월 전에 각각 집권당을 탈당했던 사례에 비춰볼 때 노 대통령의 탈당은 빠른 편이다.
노 대통령의 조기 탈당은 임시국회 폐회(3월 6일) 직후로 예상되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에 앞서 당적을 정리함으로써 개헌안 발의의 진정성을 보이고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의 통합신당 작업에 물꼬를 터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탈당은 노 대통령을 밀어내려는 열린우리당의 압박을 더는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당 장악력이 떨어진 노 대통령이 당의 압박에 밀려나기보다는 스스로 조기 탈당의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기 말 초당적 국정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열린우리당 출신인 한명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당 출신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을 단행키로 한 것도 야당의 협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 총리는 당에 복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당 출신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이상수 노동부, 박홍수 농림부 장관 등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야당 “위장이혼과 같은 것”
한나라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면피용 탈당, 기획 탈당의 결정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한패라는 꼬리표를 떼고 마음대로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 총리 등의 당 복귀 역시 노 대통령이 의도하는 정국 주도의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역사를 속이고 국민을 실망시키며 책임정치를 무너뜨리려는 노 대통령의 탈당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정진섭 기획위원장은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해 달라고 요구해서 나가는 것 아니냐. 부부간의 위장이혼에 불과하다. 한집에 살면서 호적만 갈라서는 것인 만큼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의 국정 운영 책임은 당연히 열린우리당과 청와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노 대통령은 탈당만 할 게 아니라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대통령의 탈당은 이미 시기를 놓쳤고 정치적 의미가 상실됐다”고 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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