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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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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대정부질의에 나선 민병두, 문병호 의원은 노 대통령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탈당’이란 표현은 안 썼지만 ‘노 대통령의 불간섭, 불개입’을 주장했다. 7일엔 장영달 원내대표, 5일엔 박병석 의원이 각각 노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했다.
명분은 개헌안 처리와 대통령선거의 중립적 관리를 위해서이지만 실상은 통합신당 추진에 노 대통령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잔류파와 탈당파의 주도권 다툼?=민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4, 5월경 대통합신당이 만들어질 텐데 3, 4월경에는 노 대통령도 (신당에) 합류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개헌안이 발의될 3월 초중순에 탈당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 의원도 “개헌에 대한 진정성 확보와 향후 대선 관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대통령이 조건 없이 탈당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합은 대통령에게서 자유로워야 하고 누구라도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은) 대통령이 당내 사항에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잔류파가 노 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요구하는 것은 통합신당 추진의 주도권을 탈당파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잔류파와 탈당파 모두 통합신당의 열쇠는 역량 있는 ‘제3후보’와 신진세력의 영입에 달려 있으며 노 대통령만 빠져 준다면 그들과 쉽게 합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탈당파는 아예 당을 떠나면서 노 대통령과 절연했다. 잔류파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3, 4월’이라고 시기까지 적시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탈당은 당내 잠복한 탈당파 의원들의 명분을 축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국민대 김형준 정치대학원 교수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김근태 의장과 정 전 의장의 ‘2선 후퇴’ 주장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청와대, “탈당 시기는 유동적”=청와대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 공식 반응을 꺼렸다. 의원들의 개별적 반응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당론이 모아진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6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당적 정리를 할 것”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개별 의원이 아닌 당론으로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사실상 2·14 전당대회 후 들어설 새 지도부에 ‘공’을 넘겨 놓은 것.
청와대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외부 인사의 통합신당 참여에 물꼬를 트기 위해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면 자연스럽게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신당 작업이 난항에 부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기엔 노 대통령의 탈당 결정이 자칫 집단 탈당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더욱 혼선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청와대의 고민이 깔려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예정된 개헌안 발의와 열린우리당의 탈당 요구, 당의 진로 등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하면서 탈당 시기를 저울질할 것 같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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