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신년 회견서 또 ‘민감한 발언’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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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모색했던 의원들을 ‘내통자’로 지목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그대로 밀고 가자는 친노(親盧) 진영과 후보를 바꿔야 한다는 반노(反盧) 진영으로 나뉘었다. 반노 측은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를 구성해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를 모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을 두고 ‘적과 내통한 사람들’이라고 규정한 것.

하지만 당시 후단협의 움직임은 ‘내통’이 아니었다고 후단협 소속 의원들은 주장한다. 노 후보는 당시 지지율이 15%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정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노 후보 진영의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도 단일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후단협은 이 상황에서 누구로 단일화해야 승산이 있는지를 놓고 고민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임기 단축은 없다”→“생각 접었다” 발언 달라져

노 대통령은 “한때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 방안을 고려해 봤지만 적절치 않아 접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말 개헌안 검토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여 주기 위해 만약 (개헌이) 안 되면 임기 단축을 해서라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맞추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대통령 직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상황으로 보일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없던 일로 했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 자기희생 차원에서의 검토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헌과 관련해 ‘임기단축은 없다’고 했던 그간의 발언과도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개헌안이 부결돼 내가 임기를 그만두면 (한나라당이) 당연히 부결시키고 선거를 빨리 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심각한 사안 지적에 “어디나 있는 일” 엉뚱한 답변

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건 유출 논란에 대한 질문에 “문건 유출은 옛날부터 있는 것이고 모든 나라에 다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고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질문의 취지는 협상 막바지에 우리 측 전략이 상대방에 노출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대답은 어느 나라에서나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므로 이번 사건을 대수로운 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인상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문건 유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중 문책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흉악 범죄도 ‘어느 나라, 어디서나 있는 일’이지만, 어느 정부도 이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지는 않듯이, 국익과 관계된 문건 유출도 심각하게 다루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는 얘기다.

야당은 대선 관리할 중립형 내각 요구했을 뿐

“개헌 제안에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조건 없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거국내각 하라는 사람도 없다. 거국내각이 대연정하고 같은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이) 대연정 거부했으면 그만이다. 거국내각 얘기는 안 나와야 한다”며 중립내각, 거국내각을 모두 거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여야가 직접 참여하는 ‘거국내각’은 몰라도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중립내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4일 한명숙 총리 등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의 사퇴와 ‘민생 내각’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색을 뺀 중립적 인사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내각을 구성해 대선에서 중립을 지켜 달라는 요구다. 민주당도 개헌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당적 이탈 및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다당제는 진일보하는 것” 대연정 제안 때 발언 배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움직임과 관련해 “정책이 좀 다르더라도 크게 묶어서 큰 노선으로 당을 같이하는 것 아니냐”며 “좀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뭉쳐야 하는 것이 정당의 원칙이다. 깨지 말고 크게 뭉쳐서 가자”고 했다.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반대한다는 취지이지만 이 말은 2005년 9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당시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에서 “정책 노선에 의한 다당제는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대조된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노 대통령이 그동안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도 궁극적으로 다당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으로 가자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통합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다당제 주장과는 결이 다른 얘기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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