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고건 전 총리와의 논쟁' 관련 국무회의 발언 전문

  • 입력 2006년 12월 26일 11시 37분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자신의 '고건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 발언으로 불거진 청와대와 고건 전 총리 측과의 공방에 대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를 비판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을 했는데도 (고 전 총리는)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 섭섭하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메모 쪽지를 꺼내 발언, 미리 준비해온 발언임을 짐작하게 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 발언 전문.

"오늘도 한 말씀 드릴까요. 옛날엔 성탄절이면 술도 많이 마시고 그랬는데 요즘은 잘 안 마신다. 술은 빛깔이 좋고 냄새가 좋고 그 다음 맛이 좋으면 그걸 좋은 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있다. 뒤가 깨끗해야 그게 좋은 술이다.

대통령이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 과정에서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린다. 여러분 보기 미안하다.

앉은 자리(에서) 대화체 연설을 하게 될 때는 가끔 제 연설이 좀 이렇게 표현이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후보 때도 그랬고 대통령 돼도 그렇다. 변하지 못해서 탈이다. 탈인데, 변하지 않았으니까 계속 사랑해 달라.

고 건 총리하고 (언론이) 자꾸 '싸운다, 싸운다' 이렇게 보도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제가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뿐이다. 그런데 하도 보도들이 싸운다고 구도를 잡아서 나오기 때문에 계속 싸우는 것처럼 보이고 좀 흉하게 보이고 그럴 것이다.

그런데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제가 해명했을 뿐이다. 지금까지도 그분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제가 섭섭한 얘기를 한 말씀 꼭 좀 드리고 싶다.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다.

(쪽지를 꺼내며) 나는 술 뿐 아니라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어 있다. 저는 이것을 제 잘못이라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저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

나는 장관 7개월 만에 보도를 통해서 제 해임 소식을 듣고 그만뒀지만 지금까지 그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그렇게 비판해서 말한 일이 없다. 한때 차별화가 그렇게 유행하던 시절 기자들이 매일 찾아와서 당신 차별화하지 않느냐고 그렇게 부추기던 시절에도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 강연 자료나 연설 자료에 다 남아있지만 끝까지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변호했고 국민의 정부를 변호하는 말만 해왔다. 재직 중에는 제가 좀 할 말을 하고 할 말 못할 말 해서 좀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지만 그만두고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러분도 저와 인연이 있어 만났다. 그런데 내각, 정부라는 것은 뜻이 같아서 같이 일하는 것이다. 만났을 때 뜻을 맞춰서 열심히 좀 해 주시고, 할 말 있으면 계실 때 많이 해 달라. 때로는 자리를 걸고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니겠느냐. 헤어진 뒤에 우리 뒷모습을 서로 아름답게 그렇게 관리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 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다.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다. 할 말 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귀찮고 힘들어 할 만큼 저도 국정을 또박또박 챙겨나가겠다. 열심히 좀 해 달라. 도와주시기 바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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