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당파 일부 의원들 “당 해체 서명운동 벌이겠다”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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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진로에 대해 각 계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김경제  기자
당의 진로에 대해 각 계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의원 전원을 상대로 당의 진로를 묻는 설문조사에 착수하면서 당내 각종 의원모임도 성명서를 내거나 서명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내년 2월 전당대회에 대해 저마다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급속히 분화되는 듯하다.

▽의원마다 모임마다 제각각=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신당파인 전병헌 양형일 최규식 주승용 의원 등은 이날 “내년 2월 전당대회는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국민 대통합 신당으로 가는 획기적 계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이 성명서에 찬성하는 의원 80여 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신당파이면서 김근태 의장과 가까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우원식 정봉주 의원 등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통합신당이든 ‘당 사수’든 전당대회에서 다수결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최근 ‘친노(친 노무현 대통령)’와 ‘반노(반 노 대통령)’의 갈등 상황에서 비교적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광장’ 모임의 오영식 의원 등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가 (민주당 등과의) 대통합 추진의 계기가 돼야 하지만 당 지도부 구성은 합의 추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 모임은 이에 대해 66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통합신당파이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와 가까운 김성곤 의원은 “고 전 총리 및 민주당과의 연대를 활발히 추진하기 위한 당내 모임을 18일 발족할 것”이라며 “의원 10여 명이 여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주장이 많다 보니…”=이처럼 성명과 서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의원 대상 설문조사를 한다고 한 게 당내에 이완 분위기를 급속히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느낌”이라며 “이대로 가면 전당대회까지 가기도 전에 아무 중심이 없는 당이 될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곳곳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의 진로 문제를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민평련 기자회견에 참여한 우원식 정봉주 홍미영 의원은 표결 방식의 전당대회에 반대하는 광장 모임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 사수파’로 분류되면서도 광장 모임의 성명서에 서명한 서갑원 의원은 “사수파라고 해서 꼭 다른 개혁세력과 연대하는 큰 차원의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잖으냐”고 말했다.

11일 ‘당 사수파’ 의원 15명이 비대위 해체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에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김재윤 윤호중 의원이 “우리는 서명에 동의한 적이 없고 사전 상의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성명서를 발표한 김형주 의원이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고 정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서명만 받았다”고 말한 직후였다.

정작 지도부의 설문조사는 응답률이 저조하다. 14일 오후 7시까지 응답을 보낸 의원은 고작 23명. 정청래 의원은 이 설문조사에 대해 당 홈페이지에 “의원이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수능시험을 치르겠다는 것이냐”는 글을 띄워 비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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