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안보보좌관 “日, 핵문제 민감…北실험땐 엄중 대응”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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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천광암 특파원
도쿄=천광암 특파원
“일본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엄중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국가안전보장문제담당 총리보좌관은 6일 총리관저에서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3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회담하고 막 귀국한 길이었다. 고이케 보좌관에게 북한 핵문제와 일본의 아시아 외교 등에 관해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 물었다.

―방미 중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는데….

“워싱턴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 소식을 들었다. 새로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의 기본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이번 방미의 목적이었으나 북한이 성명을 발표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논의를 하게 됐다. 북한의 성명에 두 나라가 모두 분노했으며 핵실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 노림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7월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관심을 더욱더 끌어 보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모든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핵실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강경해질 것이다. 일본은 핵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일본은 마침 10월 안보리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다. 국제사회와 연계해 의장국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 나갈 것이다. 엄중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일, 일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가.

“아베 정권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한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번 한일, 일중 정상회담은 그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해들리 보좌관도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인가.

“한국과 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일단 일본에 새 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에 정상이 서로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새 정권으로서는 미래지향적인 대화의 첫 장을 열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은 있는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호 방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화의 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한일 간에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역사교과서 문제 등 많은 불씨가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선거용 쇼라는 시각도 있는데….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래지향적인 대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선거용이라고 왜곡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양국관계에 불행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허용 등의 움직임을 놓고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많다.

“일본인들이 가장 놀랄 때는 한국인들에게서 군국주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군국주의 부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전후(戰後) 국제평화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해 왔고 지역 안전을 위해 언제나 한발 물러서서 기여해 왔다.”

―한국에 대해선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

“한국에 갈 때마다 역시 가까운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친밀감을 느꼈다. 한국과 관련해 어렸을 때 읽은 ‘윤복이의 일기’라는 책은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제목과 내용을 기억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일본판 NSC의 설립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본판 중앙정보국(CIA)도 만들 계획인가.

“의원내각제인 영국에도 미국의 NSC와 비슷한 기구가 있다. 외교안보의 사령탑으로서 총리관저 기능을 강화하고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국의 사례를 참고할 계획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에서도 배울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고이케 보좌관은▼

방송인 출신… 빼어난 미모의 일벌레

외교안보 분야 ‘총리의 분신’역 自任

‘외교안보 분야 총리의 분신이 돼 해외출장을 간 제1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54·사진) 일본 국가안전보장문제담당 총리보좌관은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방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집트 카이로대를 나와 아랍어 통역전문가와 TV방송 진행자로 활약했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단독인터뷰를 해 이름을 날렸다.

한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는 환경상을 지냈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쿨 비즈(Cool Biz) 정책’을 추진해 많은 화제를 모으면서 ‘고이즈미 정권의 광고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우정(郵政) 민영화에 반대한 자민당 의원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엄선한 ‘자객 후보’ 1호로 지명돼 큰 표차로 당선됐다. 빼어난 미모에 독신이어서 고이즈미 전 총리와의 결혼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본인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일”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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