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피곤한 대통령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노무현(사진) 대통령이 22일 장기간의 해외순방으로 쌓인 피로로 몸살이 걸려 지방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 정선군청에서 열리는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정선의 생약초시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출발 직전인 오전 7시 반에 행사 불참을 결정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대통령이 피로감을 얘기했고 참모들도 ‘지방 일정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을 취소한 후 노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에 나가지 않고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예정된 행사에 불참한 것은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이다. 취임 첫해인 2003년 9월 광주 전남지역 언론사 회견을 하루 앞두고 “다래끼가 생겼다”며 취소한 적이 있으나 이는 외관상 보기가 안 좋다는 이유였다.

노 대통령은 평소 오전 5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인터넷과 독서를 즐기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어서 이번 행사 취소를 둘러싼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우선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3∼16일)이 취임 후 최장기간이어서 피로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기간에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총 11차례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이 때문인지 20일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보고회’를 주재한 노 대통령의 목이 잠겨 있었다고 행사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북한 핵 문제가 의제였던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하느라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도 귀국 후 정상회담의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 동의가 세 차례나 무산되면서 헌재소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의 심사를 편치 않게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오후 11시 MBC TV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22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진행자 손석희 씨와 일대일 대담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외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일자리, 민생 문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방송 이틀 전인 26일 청와대에서 녹화된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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