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진보도 이제 달라져야”…회견서 작심한듯 쓴소리

  • 입력 2006년 8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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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9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반대하는 이른바 ‘진보진영’을 겨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보수진영을 공격한 것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보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세력, 진보세력에 정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진보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 현실을 봐야 하고 객관적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언론 종사자, 진보 지식인은 사실이라는 최고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며 “사실에 충실하지 않으면 가치라는 게 오히려 긍정적 기능을 못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우군(友軍)으로 여겼던 일부 방송과 신문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피해를 과대포장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졸속 추진론’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반대론자들이) 자꾸 ‘준비 안 한다’, ‘대책 없다’고 지적하고 ‘선(先)대책 후(後)협상’이라고 하는데 선대책은 이미 했다”며 “준비를 다 하는데 ‘준비 안 됐다’고 하고 선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고 수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농업 개방문제에 대해 “정말 농사 잘 짓는 사람들, 경영인연합회나 기업적 농업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농업 운동’ 하는 사람들이 사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종속이론’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나도 변호사 시절에 종속이론과 관련한 책을 섭렵했는데 한국사회에 맞지 않더라.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속이론은 FTA 반대론의 주요 이론적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발간한 ‘한미 FTA 국민보고서’에서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 그리고 이들과 융합돼 있는 내국 독점자본이 노동자 민중과 절대 다수의 국민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펼치는 전면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진보진영이 현실보다 이론에 집착하는 데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론과 사실이 다르게 갈 때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고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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