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002년 2월 권노갑씨도 도청”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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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감청(도청)이 김은성 전 국내담당 차장이 떠난 이후에도 이뤄졌던 사실이 밝혀졌다.

10일 한나라당이 사정기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청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전 차장이 국정원을 떠난 2001년 11월 이후인 2002년 2월 DJ 정부 시절 실세였던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권 전 고문은 2월 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언론사 간부 4명을 만나 앞으로 정국 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권 전 고문은 “(당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인제(李仁濟)가 이회창(李會昌)을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좋은 계기가 있을 때 탈당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나온다. 권 전 고문은 이어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 지역별로 안배했다”고 고백했다.

권 전 고문은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소장 혁신파에 대해 할말은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자신을 몰아내려는 소장파와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재경(金在庚·한나라당) 의원은 “김 전 차장이 개인적으로 도청을 주도했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녹취록 내용으로 보면 그 이후에도 조직적인 도청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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