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외교부 ‘인사잔치’에 도취할 땐가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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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에 경사가 났다.

이태식(李泰植) 차관이 29일 주미 대사에 내정되고 그 빈자리를 내부 승진 인사로 채웠다. ‘외교관의 꽃’인 주미 대사를 현직 외교관이 차지한 것은 10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의 공식 직제로 인정받지 못했던 대변인과 테러담당대사, 영사담당대사 등 1급 공무원 세 자리도 조만간 정식으로 직제화하기로 행정자치부와 얘기가 됐다. 7월 말 제2차관직이 신설될 때도 외부 인사 기용설이 무성했지만 역시 내부 인사로 충원됐다.

최근 정부가 내년 가을 선출 예정인 유엔 사무총장에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을 적극 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도 외교부 직원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4차 6자회담이 타결됐을 때는 ‘한국 외교의 승리’라는 찬사도 나왔다. 6자회담의 수석대표였던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는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외교부는 잔치 분위기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더욱 막중해진 책임과 부담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요직에 발탁된 직업 외교관들이 숙련된 능력과 경험으로 국가의 굵직한 외교 문제들을 잘 해결해 주리라 국민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만 하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북한 핵문제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신임 주미 대사와 1, 2차관의 역량에 따라 한미관계의 풍향 및 한국의 국익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미 대사와 후임 차관 내정자가 발표되기도 전에 ‘누구누구가 후속 승진인사를 노린다더라’는 말부터 퍼지는 것은 그래서 더욱 경계할 일이다. 외교부 내부의 인사 잔치를 위해 외교관들을 발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개방형 직위를 늘리는 게 혁신인 양 홍보해 온 외교부 아닌가.

외교부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씨 피살사건 등으로 인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큰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 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돌이켜 보고 낮은 자세로 국익 수호의 첨병 역할을 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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