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일가족 첫 동반탈북…6명중 장판선씨-차남 입국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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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에 모인 가족국군포로 장판선 씨(앞줄 왼쪽 두 번째)가 북한에서 칠순 잔치를 했을 때 친인척과 함께 찍은 사진. 장 씨의 오른쪽으로 부인 김옥련 씨, 아들 영복과 영철 씨. 사진에 ‘축 진갑’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북한에서는 70세를 진갑이라 표현한다.
칠순잔치에 모인 가족
국군포로 장판선 씨(앞줄 왼쪽 두 번째)가 북한에서 칠순 잔치를 했을 때 친인척과 함께 찍은 사진. 장 씨의 오른쪽으로 부인 김옥련 씨, 아들 영복과 영철 씨. 사진에 ‘축 진갑’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북한에서는 70세를 진갑이라 표현한다.
6·25전쟁 중 중공군에 붙잡혀 북한으로 끌려간 국군포로 일가족 6명이 처음으로 동반 탈북했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국군포로인 장판선(74) 씨 가족이 2월부터 두 달 사이에 각각 북한을 탈출했으며, 장 씨와 차남 영철(33) 씨가 국내에 들어와 관계 기관의 합동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장 씨의 부인 김옥련(68) 씨와 장남 영복(35) 씨는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으로의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씨의 딸(29)과 외손자(2)는 중국 내 탈북 브로커 조직에 의해 중국에 억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6·25전쟁 당시 소위였던 조창호(趙昌浩·75) 씨가 1994년 10월 북한을 탈출해 입국한 이후 귀환한 49번째 국군포로다. 그동안 국군포로가 탈북한 이후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탈북해 합류한 적은 있으나 일가족이 동시에 탈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룡(崔成龍) 대표와 본보 취재에 따르면 장 씨는 2월 27일 차남 영철 씨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뒤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 시에 숨어 있다가 자신이 국군포로이며 가족이 모두 탈북하려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최 대표를 통해 한국 정부에 보냈다.

장 씨 부자는 3월 5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 신원 확인을 거친 뒤 이달 1일 53년 만에 입국했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 갈곡리가 고향인 장 씨는 24일 남한에 생존해 있는 동생 5명을 만날 예정이다.

장 씨는 탄원서에서 “1952년 초 국군 제3사단 수색중대에 입대한 뒤 같은 해 가을 중공군의 대공세 때 포로가 됐다”고 밝혔다. 장 씨는 정부 공식문서상 전사한 것으로 돼 있으며, 국립대전묘지에 위패가 안치돼 있다.

장남 영복 씨는 장 씨가 탈북한 닷새 뒤인 3월 4일 북한에서 나와 같은 달 12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갔고, 부인 김 씨는 3월 22일 탈북한 뒤 4월 7일 한국대사관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음 달 입국할 예정이다.

장 씨 가족 중 가장 늦은 4월 19일 북한을 빠져나온 딸과 외손자는 17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 내 탈북 브로커 조직에 의해 억류됐다.

탈북 브로커 조직은 다른 탈북자(37·여)를 장 씨의 딸과 함께 입국시키려다 한국대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이들 모두를 붙잡아 두고 있다고 최 대표는 밝혔다.

최 대표는 “정부가 하루빨리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딸과 외손자를 안전하게 귀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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