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도대체 무슨 이유로 칭찬 받았는지…”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코멘트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세 자영업자 대책’ 회의.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5개 정부 부처가 5개월 가까이 매달려 준비한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대책의 요지는 생계유지도 어려운 기존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새로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진입을 제한한다는 것.

회의에 참석한 음식업중앙회 등 8개 단체 대표들은 정부의 관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회의) 참석자로부터 최고로 칭찬을 많이 받은 날”이라고 말했다고 최인호(崔仁昊)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기존 자영업자들로서는 정부가 새로운 시장 진입을 막아 주고 장사가 잘되도록 해주겠다고 하니 정부를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딴판이다. 인터넷 뉴스관련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이 쏟아졌다.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외눈박이 정책. 자영업 창업희망자를 제한하면 신규 창업을 못하는 퇴직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먹여 살릴 건가.”(new2004)

“국민의 세금을 축내 동네 가게 운영까지 정부에서 지도하고 관리한다는 것, 탁상에서 정책만능주의에 빠진 것 아닌가.”(donggug22)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자격증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위원회 위원들, 정책입안 공무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아닌가”(myfarm) 등의 비판이 올랐다.

청와대 회의가 열리기 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기준도 없이 진입제한 방침을 발표한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 아니냐”, “실효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창업 과잉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자며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경쟁을 제한하고 창업을 더디게 하는 대책은 미봉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새로 밀려난 실업자들은 앞으로 어디로 가란 말인가.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