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중대국면’ 국민도 실체 알아야 한다

  • 입력 2005년 5월 4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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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과정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외교부 장관이 ‘중대 국면’이란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는지 불안하다.

북한의 거듭된 6자회담 거부로 미국이 마침내 회담을 포기하고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인지, 이보다 더 강력한 대북(對北) 경제제재나 해상봉쇄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인지 정부는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정부는 제3차 6자회담 결렬 이후 1년 가까이를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만 매달린 채 다른 대안에 대해선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거론 자체를 꺼려 왔다. 올해 들어서만도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원자로 가동 중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졌지만 단 한번의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고 이제 와서 ‘중대 국면’이라니 국민이 아무 걱정 없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나마도 반 장관의 ‘중대 국면’ 표명은 늦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지프 디트러니 미 대북협상 전담 대사는 어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핵문제는 물론 인권, 탄도미사일, 마약 밀매 등 북한의 모든 범죄 행위가 해결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핵문제만 풀리면 관계정상화를 할 수도 있다’던 기존 방침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 말은 곧 지금의 김정일 정권과는 관계정상화를 안 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진 만큼 정부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6자회담이 끝내 불발돼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당장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북 경협사업은 계속할 것인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韓美) 공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상황은 이제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실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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