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號]노선투쟁 정리… ‘실용 코드’ 힘 실릴듯

  • 입력 2005년 4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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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아주는 정치할 것”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 당의장에 선출된 직후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문 의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움을 달래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눈물 닦아주는 정치할 것”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 당의장에 선출된 직후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문 의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려움을 달래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이제 주류 비주류가 분명해졌다.”

2일 전당대회 직후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2003년 창당 이후 계속 혼란상을 보여 온 당내 역학관계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말끔히 정리됐다는 얘기다. ‘친노(親盧) 연합군’으로 창당된 열린우리당은 창당 1년 반이 지나도록 ‘실용이냐 개혁이냐’, ‘대야(對野) 온건이냐 강경노선이냐’를 놓고 극심한 내부 투쟁을 벌여 왔다. 그것은 때로는 불안정성으로, 때로는 리더십 부재로 국민에게 투영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당내 노선 투쟁이 일단 정리된 만큼 실용과 민생, 대야 온건노선을 중시하는 범주류의 당 운영기조가 정착될 것이 확실시된다. 당의 하부조직도 구(舊) 민주계가 개혁당파에 비해 ‘확실한 다수’임이 입증됨으로써 개혁당 중심의 소수 강경 개혁파를 제어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문희상(文喜相) 신임 당의장은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힘의 관계’를 기초로 실용주의에 바탕한 안정적 개혁노선을 적극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하지만 여야의 합의가 최우선”이라고 못 박은 것도 유연한 대야관계에 입각해 경제와 민생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과거사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나머지 쟁점법안의 해법도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의장의 이런 상황인식은 “경제와 통합에 주력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올해 국정운영기조와도 일치한다. 문 의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시기는 올 한 해뿐이고, 당은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당파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개혁당 3인방’ 중 유 의원만이 유일하게 상임중앙위원에, 그것도 마지막 순번으로 당선됨으로써 힘의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개혁당파의 부진은 이들의 강경, 원칙 목소리에 움츠러들었던 온건파들의 ‘입’을 해방시키는 기폭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문 의장 체제의 출범으로 ‘외연 확장이냐, 지지세력 공고화냐’의 향후 대선 전략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논란이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의장은 물론, 2위에 당선된 염동연(廉東淵) 의원도 민주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내년 개헌 논의와 함께 예상되는 정계 개편과 개헌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조직 다져둔 염동연 막판 뒤집기 2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결과가 발표된 직후 당원들은 염동연 후보의 2위 당선과 김두관(金斗官) 후보의 탈락을 최대 이변으로 꼽았다.

염 후보는 당초 여론조사로는 3∼5위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유 있게 2위를 차지했다. 염 후보의 저력은 ‘숨어 있던 2인치’가 기반이 됐다. 2002년 대선 때부터 노무현 후보의 조직을 다져 온 염 후보는 경선에 뛰어든 8명의 후보 중 하부구조가 가장 탄탄하다는 평을 들었다. 조직표의 특징은 여론조사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염 후보 측은 “걱정하지 말고 두고 보라”고 시종 자신감을 보여 왔다.

광주-전남의 대표성을 인정받아 ‘지역 몰표’를 확보했던 것도 주요 승인 중 하나. 특히 민주당 출신 대의원들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앞세운 염 후보에게 정서적 동질성을 가장 가깝게 느꼈다는 것. 물론 문희상 후보와의 ‘염-문 연대’도 플러스 효과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2위권까지 떠올랐던 김두관 후보의 탈락은 유시민 후보와의 상관관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유 의원은 경선 중반부터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적대세력’으로 규정, 실용파와 강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개혁파의 대표성’ 확보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전략’을 추구한 김 후보가 밀리기 시작했고 ‘정동영 공격’에 대한 역풍이 불면서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취약한 김 후보 쪽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다 김 후보가 믿었던 부산-경남의 대의원표도 다른 후보들에게 상당히 잠식을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 후보는 비록 당선은 됐지만 많은 상처를 입었다. 현역의원들의 집중적인 견제에 맞서 띄운 ‘정동영 공격’이 오히려 세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3위를 차지한 장영달(張永達) 후보는 “선전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재야파를 기반으로 막판 정동영계와의 연대를 모색했던 것이 크게 보탬이 됐다는 후문. 문 후보 측이 유 후보 견제를 위해 염, 장 후보에게 2위표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이번 경선에서 개혁당파 연합군인 유시민-김두관-김원웅 의원 그룹이 얻은 득표는 전체의 30%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개혁당 그룹이 실제보다 강세를 보였던 것은 이들 그룹의 지지층이 다른 후보 지지자들보다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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