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원택]3년차 대통령 제자리 찾는가

  • 입력 2005년 2월 2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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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군단 과정을 마치고 임관을 앞둔 졸업생이 새로 ROTC 과정에 들어간 후배와 함께 제복 차림으로 연구실에 찾아왔다. 2년의 훈련 시차가 있는 두 학생의 옷차림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임관을 앞둔 선배는 제복이 몸에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반면 처음 제복을 입었을 그 후배의 옷차림은 우스꽝스럽다고 할 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아마 2년 뒤에는 저 학생의 제복 맵시도 멋지게 변해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돌이켜 보면 2년의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 그만큼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대통령 직에 대한 재신임 발언, 불법 대선자금 수사, 국회의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 등 굵직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세대 간 갈등과 이념 논쟁, 국가보안법 등 4개 쟁점 법안 처리와 이라크 파병 문제, 언론과의 마찰 등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경험해 왔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당선이 변화와 개혁을 여망하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면, 변화의 급격한 추구는 기존 질서에 편입되어 있거나 여기에 익숙한 이들과의 마찰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겪은 갈등은 부분적으로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수반된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통치 스타일이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초래하고 어려움을 가중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포용력을 보이기보다는 편을 가르고 반대자를 배제하는 등 지지자들만을 위한 대통령처럼 행동하기도 했고, 성급하고 아마추어적인 접근으로 정책의 혼란을 빚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년간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사회적으로 소요나 폭동,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통령도, 야당도, 그리고 국민도 모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렸고 다가올 총선의 결과를 주시했다. 정치적 위기가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리의 헌정 질서 속에서 해소된 것이다. 이는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설적이지만 노무현 정부 2년 동안 정치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우리의 헌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 한국 민주주의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정치개혁으로 이어져 깨끗한 선거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지난 2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취임 1주년 때보다 다소 높아졌다. 대통령 취임 초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뒤 지지도가 하락하는 일반적인 패턴에 비해 특이한 경우다. 지난해 말부터 노 대통령의 태도나 정부 여당의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유연하고 현실감 있게 변화하는 기미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0% 선에 머물러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대통령 직에 대한 학습기간이 좀 길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남은 기간이 더 길고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 있다. 2년 동안 훈련받은 뒤 제복의 맵시가 느껴졌던 그 학생처럼 취임 2주년을 맞은 대통령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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