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동용승]‘北 시장개혁’ 단정 아직 이르다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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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접하는 북한경제 관련 소식은 북한이 본격적인 시장개혁에 돌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변화를 거부하던 북한이 드디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통해 가격과 임금을 일시에 인상하고 부분적으로 시장 기능을 도입했다. 2003년에는 암시장의 대표 격이던 농민시장을 종합시장이라는 형태로 공식화하고 기업은 물론 개인 상업까지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농업부문에선 협동농장의 분조 규모를 가족 단위로 축소하는 한편 농업생산물의 국가수매 가격을 현실화하고 농지 사용료를 일종의 세금 형태로 국가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2005년 초에는 개인들의 주택거래를 허용할 예정이며, 기업의 생산 및 판매를 기업 자체의 계획에 따라 추진함과 동시에 국정 가격도 일부 폐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각종 결제도 은행을 통해 이뤄지게 함으로써 은행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사항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경제적 측면에서 시장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현상 수용 측면 강해▼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은 외부 세계에서 기대하는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 우선 외부 세계에는 알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의 7·1조치는 물론 다른 조치들도 대부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내부 비밀문건을 통해 진행됐고 아직도 북한은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문건들이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오고, 북한 사람들과 접촉한 외부인들의 전언을 통해 알려진 사항을 종합해 국내 언론이 공개함으로써 외부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일본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현장 취재 형태도 취한다. 북한 내부의 문제이므로 외부 세계는 알 필요가 없다는 사고가 깊이 깔려 있는 듯하다.

다음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진행된 현상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이라고 하면 개혁 정책이 사회 현상을 앞서 끌고 나가는 방식을 의미하지만 북한은 역으로 변화된 사항을 제도에서 흡수하는 형태다. 7·1조치도 사실상 농민시장에서 거래되어 오던 가격을 수용한 것이다. 종합시장도 농민시장을 양성화한 것이다. 기업의 생산 및 판매 계획도 사실상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개인들의 주택거래도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이뤄져 오던 사항이다.

그러므로 현재 이뤄진 조치와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과연 북한이 경제 회생을 목표로 해외자본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부 시장정비를 하는 것인지 아직은 불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외부 자본을 적극 유입하는 길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내부적 개혁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외부 세계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정책적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외부 자본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는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변화의지 공개 표명해야▼

이를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와 같은 국제적 관심사를 과감하게 해소하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 베트남은 1986년에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표방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1991년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부터 국제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 베트남 경제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에 주는 시사점이 클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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