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포럼 창립총회]“정권 통치스타일 안바꾸면 갈등 지속”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8시 01분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헌법포럼’ 창립총회 및 창립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여당의 이른바 ‘4대 입법’에 대한 입장과 ‘헌법 브나로드’라는 운영지침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근 서울대 교수, 이석연 변호사, 박영아 명지대 교수.-권주훈 기자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헌법포럼’ 창립총회 및 창립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정부 여당의 이른바 ‘4대 입법’에 대한 입장과 ‘헌법 브나로드’라는 운영지침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송호근 서울대 교수, 이석연 변호사, 박영아 명지대 교수.-권주훈 기자
헌법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헌법포럼(대표 이석연·李石淵 변호사)은 15일 창립총회를 갖고 여권이 추진 중인 ‘4대 입법’에 대한 입장과 ‘헌법 브나로드’란 운영지침을 밝혔다.

헌법포럼은 “4대 입법은 독선적 국가주의가 가져온 역사적 과오를 씻고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헌법적 이상을 완성하는 법안이 돼야 한다”며 “헌법적 적합성과 현실적 타당성을 갖는 법안이 되도록 처리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포럼은 또 운영지침으로 “헌법포럼은 헌법정신의 실현을 위해 국민 속으로 가는 ‘헌법 브나로드’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1870년대 러시아의 젊은 지식인들이 ‘브나로드(민중 속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벌였던 러시아 사회개혁운동을 본뜬 것.

한편 창립 세미나에 강사로 초빙된 송호근(宋虎根·사회학) 서울대 교수는 “참여정부 2년간 혹독하게 겪은 정치 사회적 갈등은 집권세력이 통치 스타일을 바꾸지 않거나, 야당이 정치적 대응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 이념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송 교수 강연 요지.

▽이념 갈등의 원인=참여정부 출범 이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에 유지돼 온 이른바 ‘정치적 동맹’이 빠른 속도로 분해됐다. 참여정부의 체제개혁전략이 종전 지배집단의 몫을 부분적으로나마 피지배집단에 이양하려 한 것이 원인이 됐다.

국가 중심, 성장 중심, 안정 우선의 가치관을 지닌 산업화 세력은 반발했고 이들은 보수주의에 자리를 잡았다.

민주화 세력도 참여정부의 개혁의 심도와 속도를 둘러싸고 보수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로 각각 나뉘었다. 게다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진보적 자유주의에 위치하면서 갈등 개연성은 한층 높아졌다.

또 △국내자본보다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중산층이 반발하는 세계화 대응 △한미동맹보다는 자주외교를 뼈대로 하는 대북정책 △경기침체를 고려하지 않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개혁정책 강행 등 3가지 문제로 인해 각층 간의 연결고리는 한층 옅어졌다.

송 교수는 “중첩영역이 더욱 옅어지면 2007년 대선은 그야말로 이념전쟁으로 치닫고,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에너지도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 주도권 개편해야=송 교수는 여권의 386 정치인과 야당의 전통적 보수정치인 모두 2선으로 후퇴하고 온건파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안영근(安泳根) 유재건(柳在乾) 의원 등 여당의 중도온건파와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야당의 개혁지향파가 교섭과 대화를 주도하도록 내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특히 열린우리당이 살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150명 가운데 65명 정도에 이르는 이념지향적 의원들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며 “그것이 원내대표의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연결고리로서의 경제적 강화 방안=송 교수는 “좌우가 합의할 여지가 있는 정책 영역은 노동시장 정책과 고용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또 “고용촉진은 경제적으로 약자의 숨통을 터주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이념이 다른 세력끼리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고리를 이용한 연대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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