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소식통 “김정일 처 고영희 8월13일 사망”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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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51)가 13일 새벽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중국의 북한 소식통들이 30일 전했다. 한국 정부의 한 정보관계자도 이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 또는 ‘NCND(시인도 부인도 않는다)’”라고 말해 이미 고영희의 사망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굳어가는 사망설=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고영희는 수년 전부터 유선암을 앓아 왔다”면서 “지난해 암이 재발해 올해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종양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가 어려운 상태였고 귀국 뒤 치료를 받아오던 중 13일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관례에 따라 고영희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극비리에 장례를 치렀으며 앞으로도 공식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영희는 1953년 일본에서 태어나 1960년대 초반 북송선을 타고 가족과 함께 북한으로 건너갔으며 만수대예술단 무용단원으로 활약하던 중 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이후 사실상 김 위원장의 공식 부인으로 활동해 왔다.

▽김 위원장 후계구도=고영희의 사망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 후계구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사망한 전처 성혜림이 낳은 장남 정남(33)과 고영희가 낳은 둘째 정철(23), 셋째 정운(20)이 후계 지위를 놓고 각축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측통들은 고영희가 지난해 유선암 재발로 건강이 악화되자 자신의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당·정·군의 김 위원장 측근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체제 특성상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 부인 김정숙 등 죽은 자에 대해서만 우상화를 하기 때문에 고영희 사망이 그의 두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영희에 대해서는 사망 이전부터 우상화가 진행됐다.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 추방된 사건으로 김 위원장의 눈 밖에 난 장남 정남이 재기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정남이 다시 등장하면 김 위원장이 또 다른 부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돼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는 북한 내부 문건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정철을 사실상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아에라는 구체적인 입수경위는 밝히지 않은 채 문건에는 “정철 동지를 당조직부 실무학습 기간이 끝나면 6개월간 고급당학교 과정을 거치도록 하라고 하셨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실려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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