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용천 열차폭발]단순사고인가 김정일 노렸나

  • 입력 2004년 4월 23일 18시 49분


용천역 폭발사고와 관련된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몇 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평양주재 유엔 직원들은 북한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약’에 의한 폭발이라고 전했지만 아직은 정확하지 않다.

▽설왕설래하는 폭발 원인=사고 직후 목격자들은 LP가스 수송열차와 석유 수송열차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신화통신은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천역 바깥 선로에 정차해있던 질산암모늄 차량에서 유출사고가 일어나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질산암모늄은 비료 원료이지만 TNT와 비슷한 성분으로 폭발력이 강한 물질.

북한 철도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지모씨(54)는 “질산암모늄이나 가스 수송차량의 입출구 혹은 압력밸브가 노후돼 유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천지역을 지나 중국 단둥으로 온 한 무역상은 “신의주∼용천간은 전철노선”이라며 “사고 당일 바람이 심하게 불었으며 이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스파크가 발생해 폭발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왜 폭발물질이 역구내에 있었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나는 길목에 강력한 폭발물질이 실린 열차가 정차해 있었던 것도 의문. 사고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통과할 때 소개했던 화물차량을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철도안전원이었던 김모씨(45)는 “김 위원장이 비공개로 이동할 때 다른 열차를 소개하느라 법석을 피우면 노출 위험이 오히려 커진다”며 “그대로 두고 보위부 요원들이 사복을 입고 경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시지 않는 테러설=용천군에는 월남자, 의용군, 기독교 연고자 등 이른바 ‘출신 성분’이 나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반체제세력의 테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탈북자 김모씨(64)는 “70, 80년대 3차에 걸쳐 출신 성분을 문제 삼아 많은 용천군 주민을 이주시켰으나 여전히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고의에 의한 폭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폭발이 김 위원장이 통과한 지 9시간 뒤에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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