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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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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4 용지 2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읽으면서 ‘죄송’ ‘용서’ ‘속죄’라는 표현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 의장은 곧바로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4개 노인관련 단체 대표들을 만나 큰절을 올리고 사죄했다.
정 의장은 “저도 83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있다. 백배 사죄드린다”고 용서를 빌었다. 일부는 “용서해 주자”는 의견을 냈지만 변창남 한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등은 “6·25전쟁을 극복하고 경제기적을 일궈낸 우리가 왜 물러나야 하나” “책임 못 질 일을 하고 절 한번 하면 끝나는가”라고 꾸짖는 등 노여움을 풀지 못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정 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진솔하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그의 사죄가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노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노인복지정책을 확실히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영등포 당사도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당 민원실과 대변인실에는 정 의장의 발언에 항의하는 노인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또 ‘노년권익보호당’ 서상록(徐相祿) 명예총재 등이 당사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각 선거구에서도 정 의장 발언으로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곤욕을 치렀다. 경기 고양 일산갑에 출마한 한명숙(韓明淑) 후보는 한 할아버지로부터 “나는 60이 넘었으니 이제 쉴 거야. 내가 찍어 주리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부산행 일정을 취소한 뒤 노모와 함께 인근 성당에서 참회의 미사를 드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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