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 통외통위 통과]“미루면 수출 타격” 공감대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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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된 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왼쪽)이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된 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왼쪽)이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비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농민 표를 의식해 1년 가까이 국회 동의를 미루던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비준동의안을 국회 담당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은 한-칠레 FTA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통외통위에서 한-칠레 FTA에 반대했던 국회의원들도 FTA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FTA이행특별법 등 피해 농민에 대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비준동의안이 올해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이르면 내년 2월 한-칠레 FTA가 발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칠레 FTA는 양국 정부가 국내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서한을 교환하고 30일 후 발효된다.

김병섭(金炳燮)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과장은 “한-칠레 FTA 발효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와의 FTA를 적극 추진할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를 처리하지 않고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FTA를 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는 한-칠레 FTA 동의안의 국회 비준 지연에 따라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해 왔다.

칠레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6.9%에서 올해 들어 13%대로 떨어졌다. 직물과 무선통신기기 대(對)칠레 수출도 작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2000년 FTA 체결 국가간 특혜 무역은 세계 무역의 65%를 웃돌았다. 이는 FTA 무대 소외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농민과 농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통외통위는 한-칠레 FTA에 따른 농민피해 보상을 위해 FTA 이행특별법안 등 4대 특별법안과 FTA 비준동의안을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정인교(鄭仁敎) 대외경제정책연구원 FTA연구팀장은 “한-칠레 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농민의 반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을 위해서도 실제 농민의 피해가 줄 수 있도록 FTA이행특별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농민보상법과 동시 처리… 진통 예고▼

한국-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지난달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된 뒤 40여일 만인 26일 역시 표결로 간신히 통과됐다.

그러나 이 동의안의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이날만 해도 실질적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원내 과반수 정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시 출신과 농촌 출신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더욱이 통외통위가 이날 ‘FTA 동의안과 농민 피해 보상 4대 특별법안의 국회 본회의 동시 처리’를 부대의견으로 달았기 때문에 ‘다음 고비’는 특별법안을 처리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다.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이 주축인 농해수위는 19일 4대 특별법안 중 농어촌 부채경감법과 삶의 질 향상법 등을 통과시키면서도 이들의 ‘모법(母法)’격인 ‘FTA에 따른 농민 지원 특별법’은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였다.

농해수위는 일단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문제의 특별법’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 의원은 “통외통위가 동의안을 처리하는 ‘결단’을 보인 만큼 농해수위도 법안 처리를 마냥 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무기명 비밀투표’가 의원들의 딜레마를 해소할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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