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4·3사건 사과 의미]정부차원서 반세기만에 재해석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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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1일 ‘제주 4·3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그동안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을 위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기존의 사건 성격 규정을 정부차원에서 재해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반세기 동안 가려 있던 무고한 양민의 희생을 공식 인정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4·19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해서는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졌으나, 4·3사건의 경우에는 남북간 이념대결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왔다. 그러다가 93년 3월 제주도의회가 ‘4·3특위’를 구성함으로써 처음 공론화됐다. 그리고 15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한 데 이어 이날 노 대통령의 사과로 10년 만에 논의가 매듭지어진 셈이다.

여기에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정부에 건의한 △추모기념일 제정 △4·3평화공원 조성 지원 △유가족 생계비 지원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 △진상규명과 기념사업 지속 지원 등 7개항도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의 배윤호 과장은 “평화공원 조성과 희생자 명예회복 심사는 이미 진행 중이고, 추모기념일 지정 및 진상보고서의 인권교육자료 활용 문제는 관계 부처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서 “유가족 생계비 지원 문제는 4·3사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부처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성격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주4·3사건유족회, 제주민예총, 제주4·3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성명을 내고 정부의 공식사과를 반겼다. 하지만 대한민국건국희생자유족회 제주도유족회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정부가 채택한 진상조사보고서는 4·3무장폭동에 대한 진압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과잉진압과정만 부각시켰다”며 대통령의 사과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5일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할 때에도 참석 위원 17명 가운데 군경측 추천위원 3명이 보고서 채택에 반발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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