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사실상 결렬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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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14일부터 진행된 12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에 대한 원칙에 합의하지 못한 채 17일 회담을 마쳤다.

남북이 이날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남북한 평화와 화해·협력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례적인 표현이 담겨있을 뿐, 과거 회담에서 채택한 "북한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적절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회담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2차 6자회담의 연내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남북이 지난해 10월 북한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 5차례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공동보도문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은 그러나 11월초 평양에서 7차 경제협력추진위 개최, 내년 2월 3~6일 서울에서 13차 장관급회담 개최에 대해선 합의, 향후 대화의 여지는 남겨 놓았다.

초반부터 난항을 겪은 이번 회담은 16일 오후 북측 외무성 대변인이 "때가 되면 핵 억제력(핵 무기)을 물리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는 공식 발언이 보도되면서 결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회담 내내 북측에 "핵 상황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북측이 이를 정면으로 묵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첫 보도가 전해진 16일 밤 서울 삼청동에 마련된 정부 상황실의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남북이 핵문제에 대한 접점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제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내 실시, 금강산에 건설할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규모 문제 등의 현안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서울로 돌아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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