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지 공개념 도입 신중해야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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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대책이 부족할 때는 강력한 토지 공개념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토지는 국민생활과 기업경영의 필수적 요소인 데 반해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한 만큼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원론적 인식에는 반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공개념 안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이다.

현행 토지 규제제도에는 공개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따라서 이보다 강력한 토지 공개념이라 하면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제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지난날의 ‘공개념 3법’과 비슷한 강도의 새 제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공개념 3법을 보완해 부활시킬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실패한 정책의 재등장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3법은 ‘부동산 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투기가 극심했던 1980년대 말에 입법되고 90년대 초반부터 시행돼 부동산 가격 안정에 일부 기여했다. 하지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에 휩싸인 끝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폐기되거나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특히 토지초과이득세는 93년 정기과세가 이뤄지기 전까지 13만9000건에 이르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엄청난 조세저항을 겪었다.

공개념 3법과 다른 새로운 제도를 고려하고 있더라도 극히 신중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3법이 모두 위헌 또는 일부 위헌 결정을 받은 이유는 사유재산권과 조세법률주의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개념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잘못 서둘렀다가는 토지초과이득세의 ‘재판(再版)’이 되기 쉽다.

더구나 토지 공개념을 재론하기는 이르다. 정부가 현재 마련 중인 부동산종합대책을 꺼내놓기도 전에 스스로 실패를 가정한 추가대책을 거론하면 ‘약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실효성 있는 부동산종합대책을 만드는 데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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