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3실장 靑 한 건물에”… 직언과 경청이 진정한 소통

  • 동아일보

이달 말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돌아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3실장과 같은 건물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 대신 별도의 비서동인 여민관에 집무실을 두고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과 함께 일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가 대통령과 참모들의 집무실이 떨어져 있어 소통의 걸림돌이 됐던 만큼 이 대통령이 주요 참모들과 실시간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집무실들이 서로 다른 건물에 배치된 폐쇄적 환경 탓에 구중궁궐, 불통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청와대 본관은 참모들의 여민관과 500m가량 떨어져 있어 소통이 단절된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회견에서 대면 보고가 적다는 질문에 참모들을 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민관에 집무실을 만들었지만 핵심 참모들과 다른 건물을 썼고 소통에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들었다.

집무실 위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소통 의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과 비서실 건물이 분리돼 원활한 소통을 저해한다며 취임 두 달 만에 용산 이전을 강행했지만 여론 수렴조차 없었던 그 과정 자체가 불통의 연속이었다. 용산의 윤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모두 같은 건물에 있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의대 증원 등에서 드러났듯 여론에 귀를 닫은 채 독단적 지시를 되풀이한 대통령, 그 대통령의 격노가 두려워 눈치만 보던 참모들은 민심에서 한참 멀어졌다.

이런 용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청와대 이전이 단지 대통령 집무 공간의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타운홀미팅 등에 이어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며 공직자들과의 소통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지시나 질타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국민이 진짜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경청하고, 달갑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비판은 수용하는 쌍방향 소통이다. 참모들도 아첨꾼이나 예스맨이 아니라 대통령이 불편해하더라도 민심의 실상을 가감 없이 전하는 직언자가 돼야 국정이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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