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송금 통치행위 아니다” 관련자 6명 모두 유죄선고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21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송금이 통치행위로 인정되지 않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6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구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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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현대그룹에 대한 산업은행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된 이근영(李瑾榮) 전 산은 총재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부총재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내라는 선고를 2년간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북송금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통치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 자체를 통치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대북송금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특검의 기소내용이 모두 인정되므로 유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긴 하지만 법치주의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비밀리에 대북송금을 한 행위는 옳지 않다”며 “다만 남북경제협력 확대, 북한에 대한 인식의 틀 전환 등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여러 가지 변화를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북송금사건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과 함께 북한에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한 사건이다. 4월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해 이날 선고된 6명과 박 전 장관, 정 전 회장 등 모두 8명이 기소됐다.

박 전 장관은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이날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선고 직후 박광빈(朴光彬) 특검보는 “항소 여부는 송두환 특검에게 보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임 전 원장은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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